"DTI도 해제됐는데 집장만 언제하나?"

머니투데이 전예진 기자 2010.08.31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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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가도 높이는 추세… "반전 신호로는 부족, 금리인상도 예고돼 신중해야"

↑ 8·29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대치동 은마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업소의 모습 ⓒ유동일 기자↑ 8·29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대치동 은마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업소의 모습 ⓒ유동일 기자


8·29대책 발표후 경직됐던 부동산시장이 다소 풀릴 기미를 보이고 있다. 이번 규제완화의 영향으로 서울 일부지역에선 매도자들이 가격 상승 기대감에 급매물을 거둬들이고 호가를 높이는 추세다.

하지만 실제 거래로 이어져 가격 반등의 전환점이 될 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혈색 도는 중개업소, 일부 지역에선 급매물 소진
31일 서울시내 부동산 중개업소에 따르면 매수자의 문의전화가 늘고 급매물이 거래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수혜지로 예상됐던 분당, 목동 등을 중심으로 활발하다. 성남 정자동 나래공인 관계자는 "어제(30일)는 잠잠하더니 언론보도 등을 본 매수자들이 가격이 바닥을 쳤다는 생각에 지금 사도 괜찮겠냐는 문의가 오고 있다"며 "매도자들도 가격 회복에 대한 기대감에 급매물을 시세에 맞춰 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천구 목동의 일부 단지는 급매물이 팔리기도 했다. 목동신시가지 조은공인 관계자는 "갑자기 거래가 이뤄진 것은 아니지만 이달 중순부터 일찍 움직였던 매수자들이 대책 발표후 가격이 오를 것을 예상해 계약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급매물이 소진되면서 단지별로 1000만원 가량 가격이 올랐다. 목동신시가지 1단지 84㎡의 경우 2개월 전 8억원에 거래됐지만 현재 2000만~3000만원 오른 8억원 초반에 매물이 나와있다.

DTI 규제에서 제외되지 않았지만 규제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강남 재건축아파트도 호가가 올랐다. 최근 개발계획안이 발표됐지만 잠잠했던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매도자들이 반격에 나섰다(?)는 얘기도 나온다.

8억5000만원 선에 나왔던 은마 76㎡ 매물은 대책 발표후 1000만원 가량 매도호가를 올렸다. 한 주전 10억4000만원을 요구하던 84㎡ 호가는 최고 11억원까지 뛰었다.


↑ 정책에 따른 최근 5년간 전국 아파트 매매가 변동 추이 ⓒ부동산114↑ 정책에 따른 최근 5년간 전국 아파트 매매가 변동 추이 ⓒ부동산114
◇'반짝' 호가 상승 주의, 거래추이 지켜봐야
하지만 실제 거래로 이어져 집값 상승을 견인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실수요자가 많은 지역에서는 이번 규제완화로 거래가 활성화돼 가격이 하락한 곳을 중심으로 집값이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양천구 양천공인 관계자는 "목동은 대출을 받아 중소형에서 중대형으로 갈아타려는 대기수요와 가을 이사철에 이동하려는 학군수요가 많아 DTI 해제를 반길 것"이라며 "그동안 대출이 어려워 눌러앉았던 수요자들이 움직이면 신시가지 단지를 중심으로 예전 집값을 되찾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집값을 끌어올리기엔 아직 역부족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미영 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 분양팀장은 "DTI 규제 완화가 거래 활성화에 직접적인 역할을 한다기보다 부동산시장을 안정화시키려는 정부의 시그널을 알려주는 심리적 보완 효과에 그칠 뿐"이라며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선다거나 거래량이 급증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가의 한강변 초고층 아파트가 포진한 용산, 여의도와 강남 3구 등은 투자수요가 유입되지 않고 있음에도 호가가 올라 거래가 더 어려워졌다는 주장도 나온다. 대치동 L공인 관계자는 "호가는 희망사항일 뿐 거래가 돼야 가격이 오르는데 매도자들은 가격을 올리려고만 해서 거래성사가 힘들다"며 "지금처럼 호가는 오르지만 매수세가 붙지 않고 관망하는 분위기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지역에 따라 전망이 엇갈리자 부동산 전문가들은 내집마련 실수요자들의 경우 앞으로 거래양상을 지켜보고 신중히 판단할 것을 조언했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은 "이미 서울 등 수도권은 평년에 비해 60% 이상 거래량이 급감해 수요 관망세가 강하고 매머드급 입주와 공급 적체가 심각해진 지역까지 모두 거래활성화 대책의 온기가 퍼지기엔 한계가 있다"며 "지난달 금리인상에 이어 연내 추가 금리인상까지 예고돼 무분별하게 대출비중을 확대해 내집마련이나 투자에 나서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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