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I 완화, 국가신용등급 상향에 걸림돌

머니투데이 박영암 기자 2010.08.30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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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신용평가사 "가계부채 증가 따른 금융시스템"

부동산거래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총부채상환비율(DTI)규제완화 조치가 국가신용등급 상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번 조치로 연봉 3000만 원의 소득자가 7억 원짜리 주택 구매시 종전보다 최대 두 배의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등 가계부채 급증과 금융시스템 건전성 악화로 국제신용평가회사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DTI 규제완화가 2005년 이후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동결하고 있는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와 피치 등의 기존 입장을 고수하는 명분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들 국제신용평가사는 올 들어 재정부와 국가신용등급 상향조정을 협의하면서 국가채무와 함께 가계부채 규모와 증가속도에 관심을 보였기 때문에 이번 DTI 규제 완화로 가계대출이 급증할 경우 한국정부의 국가신용등급 상향요구를 거부할 명분으로 삼을 것이란 관측이다.

S&P는 2005년 7월 이후 A 등급, 피치는 2005년10월 이후 A+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모두 외환위기 이전 수준이다. 무디스만 지난 4월 외환위기 이전수준인 A1으로 상향조정했다.



S&P는 올 들어 수차례 기자간담회 및 국제회의를 통해 한국의 현 신용등급을 올리기 어렵다는 의사를 밝혔다. 특히 가계부채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증가와 이에 따른 금융시스템 부실이 신용등급 상향 조정의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S&P는 지난 26일 국제금융센터 주최 세미나에서 "가계부채 증가와 부동산 PF 부실로 한국 주요 은행의 연체율이 급증하고 있다"며 "이는 지정학적 리스크 증가와 함께 한국의 신용등급 상향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S&P는 4월 말 기자간담회에서도 "가계부채의 급속한 증가와 이에 따른 금융시스템의 건전성 악화가 국가신용등급을 상향조정하는 걸림돌"이라고 밝혔다.

피치도 최근 재정부와 연례협의회를 개최하면서 국가채무는 물론 공기업과 가계 부채에 관심을 보였다. 상고하저로 예상되는 경제성장과 남북 긴장관계, 기준금리 인상 여부도 질의서에 넣었지만 최대 관심사는 7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 규모와 증가속도였다. 가계부채가 700조원을 웃도는 상황에서 금리가 올라가면 가계소비 여력감소와 소비부진으로 경기 회복세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들의 우려대로 DTI 규제가 완화될 경우 가계대출이 급증할 수 있다는 분석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골드만삭스증권의 권구훈 이코노미스트는 "서울 비강남 지역 DTI 규제를 50%에서 60%로 10%포인트 완화할 경우 43조원의 신규 가계대출여력이 발생한다"고 전망했다. 그는 "대출증가에 따른 통화증발과 인플레를 잡기 위한 한국은행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으로 가계부채가 거시경제의 새로운 복병으로 부상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은행 통계도 국제신용평가기관의 우려가 단순한 '기우'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말 은행을 포함한 금융권 전체의 가계신용 잔액(가계대출+판매신용)은 754.9조원이고 이 중 가계대출이 711조6000억 원을 차지했다. 가계대출에서 은행권은 418조9000억 원이고 이중 주택담보대출이 273조2000억 원을 차지했다. 대출연체율도 7월 말 0.53%로 4개월 연속 오름세다.

재정부도 DTI 규제완화에 대한 국제신용평가기관의 부정적 평가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경기회복에 따른 가계소득증가로 가계부채가 부실화될 가능성이 적고 가계부채 항목에 특별히 가중치를 두지 않아 국가신용등급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입장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이번 DTI 규제완화로 가계부채 증가가 예상되고 이에 대해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이 부정적이라는 점은 충분히 알고 있다"며 "하지만 경기회복 속도에 걸맞게 가계소득이 증가하면 부채 상환능력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 만큼 결과적으로 금융시스템 부실과 이에 따른 신용등급평가 악영향은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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