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기업 첫 국내 상장 이끈 '증시 전문가'

머니투데이 류철호 사진=이동훈 기자, 배준희 기자 사진=이동훈 기자 2010.08.31 10:10
글자크기

[법조계 고수를 찾아서]법무법인 지평지성 이행규 변호사


- 中·日등 해외 6개기업 추가 상장 추진
- 라오스에 한국거래소 시스템 '수출'도
- "한국, 亞금융허브 자리매김 일조할 것"


지난해 9월 한국 증시가 FTSE지수(Financial Times Stock Exchange Index)에 편입됐다. FTSE지수는 주로 유럽의 투자기관들이 펀드를 운용할 때 주요 기준으로 참고하며 이를 추종하는 자금은 무려 3조 달러에 육박한다. 한국이 실물경제에 이어 자본시장 글로벌화의 본격적인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이다.



2007년 8월에는 중국의 IT전문기업인 '3노드 디지털그룹 유한공사'가 외국기업으로서는 최초로 코스닥시장에 상장됐다. 이후 외국기업의 국내증시 상장이 줄을 이어 올해 5월까지 모두 14개의 외국기업이 상장됐다. 한국시장의 풍부한 유동성과 저렴한 기업공개(IPO)비용 등의 이점이 이들 기업을 한국 증시로 이끌고 있는 것이다.
↑법무법인 지평지성 이행규 변호사 ⓒ이동훈 기자↑법무법인 지평지성 이행규 변호사 ⓒ이동훈 기자


법무법인 지평지성의 IPO팀을 이끌고 있는 이행규 변호사(38·사진)는 '증시전문 변호사'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닌다. 한국 증시 사상 최초로 미국기업을 상장시켰고 현재 라오스 최대 교포기업인 코라오 홀딩스와 중국 및 일본의 6개 기업 상장을 추진할 정도로 관련 업무에 정통해 있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거래소의 증시시스템을 라오스에 전수하는 작업을 주도하는 등 국내자본시장의 글로벌화를 선도해나가고 있다.

"국내자본시장이 아시아경제를 이끄는 중심축이 되고 우리나라가 아시아권의 금융허브로 자리매김하는데 일조하는 게 가장 큰 목표"라고 이 변호사는 말했다.



◆국내 증시 사상 최초 미국기업 상장

4월21일. 한국거래소는 타이어 등을 만드는 미국의 복합물류기업 뉴프라이드 코퍼레이션의 상장으로 후끈 달아올랐다. 청약 경쟁률만 322대1을 기록했고 150억원 가량의 자금이 몰려들었다. 한국시장 최초의 미국기업 상장이었다.뉴프라이드 코퍼레이션의 최고경영자(CEO)는 한국인인 에드워드 김(69·한국명 김은종)이다.

서울대 상대를 졸업하고 도미한 이민 1세대다. 이 업체는 한국인이 최고경영자이지만 직원 700명 중 한국인은 10명에 불과할 정도로 현지화에 성공한 기업으로 평가 받고 있다.김씨는 사업 확장용 자금조달을 위해 한국증시 상장을 결심한 뒤 주관 증권사로 골든브릿지 투자증권을 선정했다. 골든브릿지 투자증권은 지난해 7월 지평지성, 세종, 광장, 화우 등에게서 법률자문 제안을 받은 뒤 지평지성을 최종 낙점했다.
ⓒ이동훈 기자ⓒ이동훈 기자

2003년부터 한국거래소와 금융협회 등 증시 관련 기관의 법률자문을 맡아온 지평지성의 능력을 인정한 것이다. 이 변호사는 "미국 증권법의 엄격한 규제로 상장 작업에 난관이 많았다"며 "가장 어려웠던 점은 '레귤레이션(Regulation)S'를 맞추는 일이었다"고 회상했다. '레귤레이션S'는 미국기업을 국외에 상장할 때 적용하는 미국 내 규정이다. 반드시 국외 거래여야하고 미국 내에서 판매하지 않아야 하며 1년간은 미국인에게 전매해서 안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가장 큰 걸림돌은 '레귤레이션S'의 3가지 조건 중 마지막 부분이었다.

국내 증시 시스템 상 주식 매수자가 미국인인지 아닌지를 가리는 게 쉽지 않았다. "국외사례 연구에서 돌파구를 찾았어요. 금융감독원 제도팀 등과 수차례 회의를 거쳐 해결책을 마련했지요." 이 변호사는 결국 개별 증권사들이 전산상으로는 거주 개념에 따라 외국인과 재외국민을 분류한다는 점을 발견하고 이를 통해 미국인의 전매 여부를 확인했다. 그는 "뉴프라이드 코퍼레이션의 국내 증시 상장은 중국 중심으로 돌아가던 외국 상장기업의 폭을 넓혔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미국기업의 첫 상장으로 거래소의 글로벌화가 이루어졌고 이는 향후 미국기업의 한국증시 진출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라오스에 국내 증시시스템 수출‥한국을 아시아의 금융허브로

증시 전문가답게 이 변호사는 한국거래소의 라오스 증권거래소 지분투자 자문도 맡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지난해 7월 라오스 중앙은행(BOL)과 라오스증권거래소 설립 합작계약을 체결했다. 한국거래소와 라오스정부가 각각 49%와 51%의 지분을 갖게 되며 한국거래소는 IT시스템을, 라오스 정부는 건물부지 및 신축건물을 출자할 예정이다.

라오스에는 현재 제대로 된 증시시스템도, 상장기업도 없다. 동남아의 공산주의 국가인 라오스에 자본주의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증권거래소를 이식하는 작업을 이 변호사가 주도하고 있는 셈이다.
ⓒ이동훈 기자ⓒ이동훈 기자
라오스 증권거래소는 10월10일 개장 예정이며 내년 1월부터 매매거래 개시를 목표로 순항 중이다. 이 변호사는 "라오스 같은 자본시장의 변방국가에 선진 자본시스템을 전수하는 역할을 한다는 데 큰 보람을 느낀다"며 "한국자본시장의 국제화가 내실 있게 진행되면서 영역 또한 확대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라오스 최대 교포기업인 코라오 홀딩스의 한국증시 상장업무도 추진 중이다. 코라오 홀딩스는 코라오그룹이 한국 상장을 위해 지난해 케이먼군도에 설립한 지주회사로 그룹 주력 계열사인 자동차·오토바이 조립 판매업체 코라오디벨로핑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 "외국기업 상장매뉴얼 필요"

이 변호사는 외국기업이 국내시장에 진입하려 해도 공식 상장 매뉴얼이 없다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외국기업이 국내 시장에 상장할 때 가장 중요시하는 게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입니다. 나스닥에서는 매뉴얼에 근거해 외국기업의 상장이 빠른 속도로 진행됩니다.
ⓒ이동훈 기자ⓒ이동훈 기자
우리도 시급히 제대로 된 상장 매뉴얼을 갖춰야 합니다."외국 기업들의 국내증시 상장을 위한 증권사 간 경쟁이 과열되면서 부실 유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외국기업 유치를 맡은 증권사들 가운데 기업공개와 관련된 전문 인력을 갖춘 곳은 극소수에 불과해 외국 기업에 대한 심사가 부실해져 투자자들의 불신을 키운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이 변호사는 "증권사들이 상장 이후 사후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최초 공모가보다 시장가격이 더 떨어지는 사례를 종종 접한다"며 "해외기업들이 우리나라 자본시장에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적절한 사후관리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