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김태호 카드 버린 배경···"거짓말이 치명적"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2010.08.29 15:04
글자크기

레임덕 우려 불구 국민여론·여권 반대 여론에 두 손 들어

김태호 총리 후보자가 29일 전격 사퇴 의사를 밝혔다. '40대 총리'로 8·8 개각 최고 '히트상품'으로 떠올랐던 김 후보자는 결국 인사청문회라는 높은 벽을 넘지 못하고 21일 동안의 험난했던 중앙 정치 무대 신고식을 마무리했다.

김 후보자가 이 날 사퇴 의사를 밝힌 핵심적인 이유는 청문회 과정에서 불거진 갖가지 의혹으로 국민적 신뢰를 잃어버린 것에 대한 부담을 떨쳐내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 후보자는 이 날 사퇴 기자회견에서 "무신불립(無信不立:신의가 없으면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이르는 말)"이라는 사자성어를 언급하며 "국민의 믿음이 없으면 총리에 인준이 된다고 해도 무슨 일을 앞으로 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국민적 신뢰가 무너진 상황에서 총리에 임명되더라도 국정 수행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식물총리'로 남을 수밖에 판단을 내렸다는 분석이다.

이어 "공정한 사회를 추구하는 이명박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민들의 채찍을 제 스스로 달게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라며 악화된 국민 여론을 총리직을 내려놓으라는 주문으로 듣고 따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청와대도 여론 악화에 두 손을 들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임태희 대통령실장은 지난 27일 저녁 김 후보자를 만나 거취 문제를 논의한 자리에서 "김 후보자가 공정한 사회를 추구하는 이 대통령의 국정기조에 조금이라도 걸림돌이 될까 우려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언급에 비춰볼 때 김 후보자는 임 실장을 만난 자리에서 청문회 과정의 진통에 대한 이 대통령의 고민을 간접적으로 전해 듣고 먼저 사퇴 결심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또 이 대통령과 김 후보자와 직접 대면하거나 통화조차 하지 않은 채 임 실장을 통해 의사소통을 한 것 역시 이 대통령이 '김태호 카드'를 고수할 의지를 조기에 접은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특히 이 대통령의 결심에는 김 후보자의 거듭된 '말 바꾸기'가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김 후보자의 거짓말이 치명적이었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청문회 과정에서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과 만난 시기에 대해 수차례 말을 바꾸며 정치권과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집권 하반기 국정기조로 밝힌 '공정한 사회'와 '친서민' 정책이 동력을 잃게 될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그간 국민의 눈높이에 미흡한 부분이 있다는 평가가 있다는 점을 고려, 이번에 내정자들의 사퇴 의사 발표는 국민의 뜻에 따른 것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기로 했다"며 악화된 여론의 진화에 나섰다.



여당 의원들의 반대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민주당 등 야당의 반대가 심한 상황에서 여권 내부에서도 부정적 기류가 확산되자 김 후보자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국정 후반기 당·정·청 소통을 강조했던 이 대통령으로서도 여권의 반대를 무시한 채 '김태호 카드'를 강행할 수 없었다는 분석이다.

이번 낙마 사태로 김 후보자의 정치적 입지는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재선 경남도지사로서의 지방행정 전문성, 40대 총리의 참신함, 소 장수 아들의 서민적 이미지를 한꺼번에 잃으면서 차기 대권 후보군에서의 탈락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 '박연차 리스트' 의혹 등에 명쾌하게 해명하지 못한 것은 앞으로의 정치 행보에 '꼬리표'처럼 따라 다닐 전망이다.

그러나 국민적 여론 악화에 김 후보자 스스로 '자진 사퇴' 결단을 내린 과단성, "이명박 정부의 성공"을 끝까지 강조한 '희생정신'은 청와대의 부담을 덜어줬다는 측면에서 여권 내부의 긍정적인 평가를 얻고 있다. 또 사퇴를 통해 더 이상의 '상처'를 차단한 것은 '후일'을 도모하기 위한 김 후보자의 정치적 판단이라는 분석이다.



김 후보자는 "백의종군의 자세로 최선을 다해서 도울 것"이라며 향후 행보에 대한 대략적인 밑그림을 제시했다.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자세를 낮춘 채 '진정성'을 무기로 국민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정해진 것은 없다"며 즉답을 피했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 후보자가 어떤 형태로든 '명예회복'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