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면칼럼] "돈버는 게 예술이다"

머니투데이 박종면 더벨 대표 2010.08.30 12:37
글자크기
여름휴가 기간중 뉴욕을 거쳐 미국 중부의 피츠버그를 다녀왔습니다. 뉴욕에서 피츠버그로 들어갈 때는 암트랙(Amtrak) 기차를, 나올 때는 그레이하운드 버스를 8시간씩 탔던 긴 여행이었습니다. 덕분에 광활한 옥수수 밭이 펼쳐진 시골풍경을 구경했고, 흑인과 히스패닉이 손님의 전부인 심야 버스에선 미국 서민들의 삶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피츠버그는 두 사람을 빼고선 말을 할 수 없습니다. 한 사람이 앤디 워홀이고, 또 다른 한 사람이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입니다. 이공계 전문대학인 카네기멜론을 비롯, 자연사박물관, 카네기 음악홀, 앤디 워홀 박물관 등 피츠버그를 상장하는 대부분이 두 사람과 관련돼 있습니다.



피츠버그 시내 외곽에 있는 7층짜리 앤디 워홀 박물관은 그에 대한 모든 것을 보여줍니다. 코카콜라 병이나 캠벨 수프 통조림, 꽃 그림 같은 회화작품들은 물론 ‘엠파이어’ 같은 영화와 비디오 작품, 그가 발간한 ‘인터뷰’ 잡지 등도 전시돼 있습니다. 대학을 다니면서 그렸던 풋풋한 인물화나 풍경화는 앤디 워홀 박물관이 아니면 볼 수 없는 것이었죠. 친구가 선물했다는 아프리카 사자 박제품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박물관 곳곳에는 작품에 대한 설명과 함께 워홀의 철학과 사상이 담긴 글들이 적혀 있습니다. “사람들은 나를 팝아트의 '사제(priest)'라고 말하지만 나는 한 사람의 '노동자(worker)'일 뿐”이라는 고백이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워홀의 고백은 계속됩니다. “가장 매혹적인 예술은 사업에서 성공하는 것이다. 돈을 버는 것은 예술이고, 일을 하는 것도 예술이다. 성공적인 사업은 최고의 예술이다.”



스스로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앤디 워홀이 팝아트의 사제로, 대가로 추앙받는 것은 예술이 별게 아니라 우리들 삶이 바로 예술이라는 것을 일깨워줬기 때문입니다.
워홀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예술과 사업, 예술과 돈벌이의 경계까지 허물어버립니다.

실제로 워홀은 누구보다 사업에 관심이 많아 악착같이 돈을 벌었습니다. 독일총리 빌리 브란트나 디자이너 조르지오 아르마니, 피아트 자동차 회장 조반니 아그넬리 등의 초상화를 열심히 그려 돈을 벌었고, 잡지 ‘인터뷰’를 창간해서는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애를 썼습니다. 그는 앤디 워홀 엔터프라이즈 주식을 월스트리트에 상장할 궁리까지 했습니다.

달마 혜가 혜능 같은 선불교의 할아버지들이 부처의 법은 딴 데 있는 게 아니라 바로 세상 속에 있다고 했듯이 워홀은 우리의 삶이 예술이고, 일하는 게 예술이고 돈벌이가 예술이고, 비즈니스가 예술이라고 강조합니다. 워홀은 동성애자였고, 부모의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않았지만 어쩌면 현대판 달마대사 인지도 모르겠습니다.


21세기를 움직이는 핵심 가치가 무엇입니까. 다양성과 창의성, 컨버전스(융합), 이런 게 아닐까요. 이런 가치를 가장 잘 시현하고 있는 기업이 아이폰을 만들고 있는 스티브 잡스의 애플이고요. 애플 같은 기업이 되려면 워홀이 주장했듯이 예술과 사업의 경계를 먼저 허물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사업과 예술의 경계를 허물기는커녕 ‘친서민’ 같은 분열적 사고에 매달려 있습니다. 비즈니스영역에서의 상상력과 창의력이 짓밟히고 있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총리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 청문회를 통해 ‘친서민’의 실체가 드러나긴 했지만 말입니다.



비즈니스가 예술이라면 비즈니스맨은 예술가입니다. 21세기에는 기업하는 사람들이, 돈버는 사람들이 예술가가 돼야 합니다. 아울러 사회는 기업가들을 예술가들처럼 대우해 줘야 합니다. 기업가들의 영혼과 상상력을 파괴해선 안됩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