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신한맨들 "옛 통합의 문화 그리워"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2010.08.26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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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문화 흔드는 뒷말 있어

"자신 없으면 나가. 못 버틸 것 같으면 빨리 그만 둬."

직원들에게 늘 이렇게 말하는 회사가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회사의 이직률은 업계에서 가장 높았습니다. 하지만 업무 생산성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습니다.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른바 '잘 나가는 회사'로 성장했습니다. 바로 신한은행 이야기입니다.

[현장클릭]신한맨들 "옛 통합의 문화 그리워"


신한은행은 직원들에게 항상 '주인정신'을 강조합니다. '내 돈이라면 이렇게 했을까', '내 집이라면 이렇게 엉망으로 관리했을까'와 같은 질문을 던지며 직원들로 하여금 주인 의식을 갖게 합니다.



신한의 독특한 조직문화는 '주인정신'으로부터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조직에 대한 사랑과 열정을 원천으로 하고 있죠. 그런 힘이 신한은행을 '작지만 강한은행'에서 '순이익을 가장 많이 내는 은행'으로 만들었습니다. 심지어 타은행장들도 신한은행이 최고 수준의 은행이란 점을 인정합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신한은행 내부에서 조직문화와 위배되는 파열음이 들리고 있습니다. 최근 1년 새 일입니다. 조직을 먼저 생각하는 문화가 예전만 못하다는 이야기부터 신한의 조직문화를 흔드는 말들이 무성합니다.



묵묵히 일만 하는 직원들도 이제 혼란스럽다는 반응입니다. 입행한지 10여 년 지난 한 직원은 "보이지 않는 뭔가에 조직이 흔들리는 것 같다"는 내부의 분위기를 전합니다. 신한은행 핵심 관계자들은 조직이 커지면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하면서도 내심 찜찜함을 감추지 못합니다.

사실 옛 신한은행과 옛 조흥은행은 가장 이질적인 조직이었지만, 우리나라 인수합병 역사상 가장 깔끔한 통합이라는 평가가 있었습니다. 다른 은행들이 부러워하는 화학적 통합을 이뤄냈습니다.

그러나 이젠 예전과 사뭇 다른 분위기 입니다. 신한지주 (47,650원 ▲200 +0.42%)는 이런 어수선한 분위기를 잡기 위해 올 초 '신한웨이 운동'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자는 얘기죠.


권력을 지닌 몇 사람의 갈등이 조직문화를 흔들고, 잘 나가는 회사를 한방에 무너뜨리는 것을 우리는 얼마 전에 생생히 목격했습니다. 신한은행이 하루빨리 내부의 잡음을 없애고 다시 한 번 비상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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