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과 재미가 어울러진 미술관 밥집

황정희 다이어리알기자 2010.09.04 11:06
글자크기

[머니위크]다이어리알 추천 맛집/ 계동 '술술 풀리네'

요즘 한창 뜨고 있는 북촌 계동길에는 재미있는 상호를 내건 상점들이 많다. ‘술술 풀리네’도 그중 하나다. 정겨운 상호가 입에 착 붙는다. 가뜩이나 붉은빛 간판이 도드라지는데, ‘술술’이라는 단어가 연속적으로 3번이나 쓰여 있어 시선이 자꾸 간다.

언뜻 드는 생각으로 술집인가 싶었다. 하지만 입구 왼쪽 벽면에 ‘모밀, 우동, 카레, 밥’이라는 플랜카드가 붙어 있고, 그 반대쪽에 파이와 쿠키 같은 디저트가 냉장 쇼케이스에 자리하고 있는 걸 보면 단순한 술집은 아닌 듯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술술 풀리네’는 디저트와 술을 파는 밥집이다.

식당 안으로 들어가면 외관이나 상호 못지않게 재미난 인테리어와 마주하게 된다. 우선 한지로 된 벽을 자세히 보니 그냥 한지벽지가 아니라 작은 한지들을 모자이크하듯 모아 붙인 것이다.



그 벽에 용, 사자, 호랑이, 학, 태극문양 등 조선시대 민화 같은 그림이 그려진 소반이 가득 배열돼 있다. 이곳의 주인이기도 한 푸드아티스트 오정미 사장이 광주비엔날레에서 전시한 작품이라고 한다. 소반과 함께 벽을 채우고 있는 액자 속 그림과 사진들 또한 모두 오 사장의 푸드아트 작품들이다. 웬만한 미술관 못지않은 밥집인 셈이다.

작은 간장 종지부터 면기나 접시, 술잔들도 거의 대부분 도예가들의 작품이다. 그 그릇에 담겨 나오는 음식들은 일식과 한식, 퓨전 메뉴들로 구성했다. 굳이 식별을 나누자면 그렇지만 모두 편히 먹을 수 있는 것들이다.



보통 레스토랑과 달리 브레이크 타임이 없는 것도 특징이다. 언제든 편한 시간에 들러 식사할 수 있다. 계동길을 여행 왔다가 들어오는 손님들도 꽤 많다고 한다. 점심에는 간단한 식사와 디저트류만 가능하고, 저녁에는 식사를 기본으로 다양한 안주류들을 선보인다.

우동간장이나 소바의 쯔유를 비롯해 모든 소스는 직접 만든다. 생선의 경우 활어를 통째로 구입해 직접 손질해서 손님상에 낸다. 대부분의 식당에서 그냥 받아서 쓰는 훈제연어도 한마리를 그대로 해체해서 사용한다니 왠지 더 믿음이 간다. 주방장이 추천해주는 연어지라시스시(1만원)가 대표적인 예다.

점심에 온다면 본인의 기호에 맞는 일본식 덮밥류에 아사히 생맥주(9000원)를 한잔 곁들이는 것도 좋다.

저녁시간에는 모주꾸(5000원)나 명란(6000원) 같은 작은 접시요리로 입맛을 돋우고 골뱅이묵샐러드(1만3000원)나 연어아부리샐러드(1만4000원) 같은 샐러드류와 메인요리를 함께 먹는 방식을 추천한다. 특히 튀김요리를 상추에 싸먹는 전라도식 상추튀김을 응용한 번데기상추튀김(1만원)이나 닭상추튀김(1만3000원)은 먹는 방식 등이 재미있어 술자리의 흥을 한층 돋워준다.



‘오파이’라 총칭하는 이곳의 디저트류도 추천할 만하다. 주방 여건상 디저트까지 만들 수 없어 디저트는 작업실에서 만들어 가지고 온다. 술술풀리네 근방에 있는 오파이작업실에서 모든 파이와, 쿠키, 아이스크림, 셔벳을 만들어 낸다. 서울시내 카페 여러 곳에도 납품한다니 맛에 대한 보증은 어느 정도 되는 셈이다. 오파이작업실 역시 같은 주인이 운영한다. 식사 후에는 아메리카노와 디저트 한가지를 5000원에 먹을 수 있다니 기억해 두자.

위치 : 안국역 3번 출구로 나와 현대사옥 골목으로 좌회전 후 750M 직진 왼편
영업시간 : 오전 11:00 ~ 오후 10:00
전화번호 : 02-3676-642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