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말레이시아 세팡 F1 경주장에서 열린 '미쉐린 파일럿 익스피언스' 행사에서 본지 김보형 기자가 이날 탄 F3급 머신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난 21일 말레이시아 세팡 F1 경주장에서 열린 '미쉐린 파일럿 익스피언스(MPE, Michelin Pilot Experience)'는 이름에서 짐작하듯 레이싱 체험행사다. 르망과 포뮬러 BMW 등에 레이싱용 타이어를 공급하는 미쉐린이 세계 각국의 기자들을 초청해 마련된 자리다.
이어진 메디컬 테스트. 혈압이 정상 수치보다 약간 높은 기자는 두 차례 퇴짜를 맞은 끝에 의사로부터 '혹시라도 몸이 이상하면 즉시 의료진에게 알려야 한다"는 주의를 받고서야 간신히 합격 판정을 받았다.
↑최고속도가 시속 80Km를 넘는 고카트(Go-Kart)
'머신'에 오르기는 쉽지 않았다. 유원지에서 볼 수 있는 고카트(Go-Kart) 주행을 먼저 통과해야했다. '이깟 조그만 차를 타라니'라는 맘이 들었지만 실제는 달랐다.
최고 속도는 시속 80㎞ 정도지만 좌석과 노면이 5㎝도 채 안 떨어져 있어 박진감은 극에 달한다. 스티어링휠(핸들)도 예민해 운전하기도 까다롭다. '황제'로 불리는 미하엘 슈마허도 카트 선수로 레이싱에 첫 발을 내디뎠을 정도로 카트는 레이싱의 기본으로 통한다.
구불구불한 코스를 돌면서 운전감을 익혔다. 2바퀴를 도는 테스트에서 걸린 시간은 2분40여 초로 10여 명의 참가자 중 중간정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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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로 몸을 풀고 레이스 입문용이라고 할 수 있는 GT4 보다 한 단계 아래 수준인 GT5 에 올랐다. 1인승으로 가운데 운전석이 있고 경주에 불필요한 문이나 옆 창문은 아예 없다. 다리를 집어넣고 상체를 숙여야만 겨우 탈 수 있을 정도로 비좁다.
↑출발선상에 대기중인 GT5 경주차.
역시나 스타트 버튼을 누르고 앞으로 나가려는 순간 차에 시동이 '푸더덕'하면서 꺼졌다. 클러치의 발을 서서히 떼면서 가속페달을 살며시 밟아야 하는데 클러치에서 너무 발을 일찍 뗀 탓이다. 100m도 못 가 3차례나 시동을 꺼트렸다.
간신히 스타트에 성공한 뒤 정식 F1 서킷에 차를 들여놨다. 겉은 허름해 보이지만 최대속도 시속 220㎞.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4초에 불과하다. 5단, 6단 이미 속도계는 150㎞를 넘어섰다. 옆 유리창 사이로 작은 아스팔트 조각들이 헬멧을 때려 속도감은 더했다.
코너를 앞두고 브레이크를 잡아야하는 지점을 실수로 놓쳤다. 핸들을 급하게 꺾었지만 '끽'하는 소리와 함께 스키드 마크(타이어 마모자국)를 서킷 위에 새기며 차가 절반쯤 돌았다.
◆드디어 '머신'에 오르다
점심식사를 하며 잠깐의 휴식을 취한 뒤 드디어 머신을 만났다. 시승한 머신은 실제 F1 선수들이 타는 700마력이 넘는 괴력의 '머신'은 아니고 F3급 대회(2000cc급, 200마력대)에 쓰이는 차다. 하지만 외부로 돌출돼 있는 바퀴와 앞뒤 날개, 벌집 캡슐 모양의 차체는 F1과 동일하다. 차체 크기는 F1 머신보다 작다.
↑F3급 머신에 앉아 출발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특이한 것은 속도계가 없다는 점이다. 오직 RPM 계기반만 있을 뿐이다. 실제 경주에서는 전 선수가 최고 속도로 달리기 때문에 속도계를 볼 필요가 없고 RPM을 체크하면서 기어 변속만 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 차는 1500RPM 이상까지 속도를 끌어낸 후 변속을 시작해야하기 때문에 더 까다롭다. 오전에 충분한 예행연습을 한 덕분에 어렵지 않게 2단 변속이 가능했다. 지붕이 없는 헬멧에는 거센 바람이 밀려든다.
사각형 모양의 작은 스티어링휠(핸들)을 꺾을 때마다 온몸으로 중력이 전해진다. 직선 주로에 진입해서는 변속기를 6단에 고정시킨 채 가속페달에 힘을 실었다. 안전을 고려해 차량 앞에 배치된 세이프티카 뒷범퍼와 닿을까 말까 할 정도로 내달렸다. 소음과 진동으로 몸은 멍멍하지만 정신은 더 맑아진다.
코스를 충분히 익힌 두 번째 주행에서는 스피드를 최대한 끌어올렸다. 코너에서도 감속을 최대한 자제했다. 나중에 들으니 최고 속도인 시속 260㎞엔 한참 모자랐지만 200㎞ 이상의 속도로 달렸다고 한다. 더위와 긴장으로 몸은 땀으로 흠뻑 젖었다. 어느새 남국의 해가 서쪽으로 뉘엿뉘엿 져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