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김태호 후보자 대출, 은행 책임"

머니투데이 박재범 기자 2010.08.25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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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으론 확인 힘들어...새 은행법에선 삭제, 11월부터 폐지

지난 24일 열린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 각종 의혹 속 은행법 위반 여부가 부각됐다.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2006년 경남지사 선거를 앞두고 김 후보자는 부친과 측근 안상근 총리실 사무차장 이름으로 10억원을 대출받았다. 김 후보자는 이 자금을 선거 등에 쓰며 정치 자금으로 사용했다.

이게 은행법 38조 위반이라는 게 야당의 주장이다. 조순형 자유선진당 의원은 "당시 은행법상 정치자금 용도의 대출이 금지돼 있었다"며 "대출을 받기 위해 허위 기재를 했다면 은행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은행법에는 '직접 간접을 불문한 정치자금의 대출'을 규제 대상으로 적시하고 있다. 은행에서 정치 자금 용도로 돈을 빌릴 수 없다는 얘기다. 1950년대 만들어진 규정인데 당시 은행 건전성 차원에서 도입된 측면이 컸다.

이 잣대를 들이대면 김 후보자의 행위는 법에 저촉된다. 하지만 그 책임은 김 후보자가 아니라 금융회사에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처벌규정에 보면 은행법 38조를 위반했을 경우 금융회사와 임직원이 징역 1년 이하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도록 돼 있다. 법 준수 의무를 은행 등 금융회사에 지운 셈이다. 차명계좌 개설로 금융실명제법을 위반했을 때 차명계좌를 개설해 준 금융회사와 직원이 제재를 받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렇다고 이번 사안을 갖고 은행에 책임을 묻기도 쉽지 않다. 통상 개인 대출을 받을 때 용도를 '가계 자금'이라고 쓰는 만큼 은행의 귀책사유를 밝히기 어렵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정치 자금으로 사용될 것을 알고 대출했다면 은행에 책임을 물을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확인하기 쉽지 않다"며 "이 때문에 법 개정 때 이 조항이 삭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관련 정치 자금 대출 금지 조항이 삭제된 법 개정안은 오는 11월부터 시행된다. 비슷한 예가 또 있다.

기존법에 있던 '상품 또는 유가증권에 대한 투기를 목적으로 하는 자금의 대출'도 규제 업무 대상에서 빠졌다. '투기'와 '투자'를 구분하기 애매하다는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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