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일본 엔화가 강세로 간 까닭은

머니투데이 윤만하 전 한국은행 외화자금국장 2010.08.25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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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일본 엔화가 강세로 간 까닭은


일본 엔화가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강세 일변도를 달리고 있다. 엔화가 안전자산이기 때문일까?

환율은 무역거래나 증권투자 등에 따른 외환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일본은 세계 최대 채권국이다. 해외에 투자하여 벌어들이는 소득 규모가 매우 크다. 무역에서 적자가 나더라도 소득흑자가 무역적자를 메운다. 다른 이유가 없다면 일본 엔화는 늘 강세가 될 소지가 다분하다.

해외투자가가 일본시장에 투자하려고 돈을 들여온다. 반면에 일본 국내투자가는 해외시장에 투자하려고 돈을 내보낸다. 일본으로 외화가 더 많이 들어오면 엔화가 강세가 된다. 일본에서 더 많이 빠져나가면 엔화가 약세가 된다. 금번의 엔화 강세는 미 달러 등 선진국의 금리가 낮아진데 따른 반전이다.



해외투자가들은 저금리의 엔화를 빌려 고금리인 미 달러 등으로 바꾸어 운용하기도 했다. 이때 외환시장에서 엔을 팔아야 하므로 엔이 약세가 된다. 그런데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미 달러가 제로금리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엔화를 빌려 미 달러에 투자할 유인이 사라져 버렸다.

일본의 국내투자가들은 해외에 투자하려면 엔을 팔아야 한다. 그러면 엔화가 약세가 된다. 그러나 국제금융시장이 불안하여 해외로의 투자를 꺼린다. 투자할 상대국의 금리도 매우 낮아 투자해봐야 별 이득이 없다. 그러다보니 돈이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는다.



강의 상류와 하류의 높이가 달라야 물이 흐른다. 미 달러 등이 엔화보다 약 2~3%보다 높은 금리수준이 되어야 엔화가 움직인다. 금리차가 작으면 국내투자가가 해외에 투자하려 하지 않고 해외투자가는 엔화를 빌리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국내외 금리차가 작아지면 수익을 쫒아 움직이는 돈의 흐름이 멈춘다.

@ 美日 금리차와 엔달러 환율 @ 美日 금리차와 엔달러 환율
금리차이와 무관하게 엔화 환율이 움직이는 경우도 있다. 국제적인 금융위기가 일어나면 엔화는 강세로 돌변한다. 러시아 위기 때와 서브프라임 위기 때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해외투자가들이 빌려갔던 돈이 되돌아오고 국내투자가들이 해외로의 투자를 멈춘다. 이와 함께 외환선물거래나 외환증거금거래에서 투기적으로 엔을 팔아치운 포지션이 강제적으로 청산된다. 거래증거금을 메우지 못하면 거래소에서 엔을 매입하는 반대거래로 이를 청산한다. 그러면 엔화는 빠른 속도로 강세가 된다.

엔화가 강세가 되면 일본의 수출기업들이 어려워진다. 일본 정책당국은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려 할 것이다. 2003~2004년에 했던 것처럼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하여 달러를 매입할 수도 있다. 그리고 매입한 달러로 재정적자에 허덕이는 다른 나라 정부채권에 투자한다. 서로가 좋은 윈·윈 게임이다. 이 때문에 외환시장에의 개입은 다른 나라들의 협조와 묵인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 시장에의 개입이 있게 되면 다음 달에 그 내역이 공표된다. 이런 시장 분위기가 엿보이면 엔화가 약세로 반전되는 시그널로 받아들여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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