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성·김승유 회장, 우리금융 놓고 동상이몽?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2010.08.25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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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장과 김 회장의 치열한 수싸움..행운의 여신 미소향방은?

"공공사사(公公私私), 공은 공이고 사는 사다".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요즘 관계가 꼭 이렇다.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이자 대학 동문으로 친분이 남다른 금융권의 두 실세가 한판 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우리금융 민영화를 앞두고 벌어지는 치열한 전략 대결이다.

◇李회장 "우리금융 지분 분산매각 하자", 매각객체 부담=이 회장은 우리금융을 반드시 지켜내야 하는 입장이다. 그래서 우리금융 경영권과 간판, 구성원, 고객 모두를 흔들지 않는 민영화 달성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분 분산 매각이 최선의 민영화 방안이라고 판단하는 건 이 때문이다. 여러 주주들이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우리금융 지분(57%)을 나눠 매입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우리금융이 그리는 주주 후보군은 다양하다. 공공성이 짙은 공기업과 우리은행 주거래기업, 국내외 사모펀드(PEF), 여러 해외 투자자들은 물론 우리금융 직원들과 고객들까지 지분을 갖는 지배구조를 염두에 두고 있다. 사실상 '국민주' 방식의 민영화다. 이미 포스코나 KT, 국민연금 등과는 사전 교감도 오갔다.

이렇게 되면 우리금융은 경영권 변동 없이 '독자경영'에 나설 수 있다. 합병 방식과 달리 직원들을 내보내는 구조조정이 불필요하다. 고객들이 느끼는 혼란이나 불편함도 최소화된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지분 분산매각은 주주 구성만 잘 되면 조기 민영화는 물론 공적자금 회수금액도 늘릴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고민이 없지 않다. 매각 객체이자 민영화 대상이 직접 '판'을 짜는 모습이 어색하게 비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부담. 주주 구성이 원활히 진행될 지도 아직은 미지수다. 매각 주체인 정부 입장도 모호하다.

◇김승유 "합병으로 리딩뱅크", 자금력이 변수= 이 회장 못지않게 김 회장도 더없이 절박한 심정이다. 4대 금융지주회사 중 하나금융은 덩치 면에서 크게 밀리는 4위다. 김 회장은 '새로운 도약의 계기 없이는 하나금융이 더 발전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우리금융과의 '합병'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하나금융이 우리금융과 합쳐지면 자산 규모 530조원 규모의 '리딩뱅크'로 떠오를 수 있다.

이런 이유에서 김 회장은 일찍부터 그룹 전략기획팀을 통해 우리금융 민영화에 대비한 준비 작업을 진행해 왔다. 현재 시장에서 거론되는 것은 정부 지분 중 절반 가량을 현금으로 매입한 후 주식맞교환을 통해 '합병'하는 방식이다. 하나금융이 과거 서울은행을 인수할 때와 유사한 딜(deal) 구조다.


변수는 우리금융과 합병하는 데 필요한 자금력. 하나금융이 정부 지분의 절반을 현금으로 매입하기 위해선 3조~4조원 가량이 필요하다. 내부 조달 가능 자금이 2조원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1조~2조원의 자금을 외부에서 수혈해야 한다. 하나금융은 재무적투자자(FI)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을 구성한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김 회장의 더 큰 고민은 다른 데 있다. 이 대통령과 대학 동기동창이란 관계에서 비롯되는 '정치적 부담'이다. 금융권에선 이 때문에 우리금융과 하나금융의 '합병'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내놓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분 분산 매각이든, 합병이든 우리금융 민영화 목표를 현실적으로 모두 충족하긴 어려워 정부의 고민이 깊을 것"이라면서도 "사실상 두 가지 대안으로 좁혀진 만큼 이 회장과 김 회장의 수 싸움이 우리금융 민영화 과정에서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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