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민망한 중국의 엄살

머니투데이 조철희 기자 2010.08.25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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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민망한 중국의 엄살


"중국이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 경제국이 됐다". 전세계 주요 언론은 일제히 대서특필했다. 일본 정부 발표에 따르면 일본의 2분기 명목GDP(국내총생산)은 1조2860억 달러. 반면 중국은 1조3350억 달러로 수치상으론 확실히 중국이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 경제국으로 등극한 것 같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중국은 손사래를 친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중국청년보는 관련 기사에서 "중국은 세계 2위 경제국이 아니다"며 발을 뺐다. 이 신문은 단순히 GDP 수치로만 따져서는 안되고 여러 요소들을 함께 반영해 순위를 매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 차이나데일리도 이같은 여론전에 가세했다. 이들 매체들은 '1인당 GDP'가 정확한 기준이라며 지난해 중국 1인당 GDP는 3566달러로 3만9573달러인 일본에 상대도 되지 않고 심지어 중견 국가로도 간주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세계 정치·경제에 이미 지대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중국 입장에서 이렇게 얘기하는 것은 겸양을 지나쳐 심한 엄살 같다.



신화통신이 내세운 1인당 GDP 지표에서 중국의 순위는 세계 99위다. 오히려 중국 경제의 국제적 위상에 맞지 않다. 윌리엄 갬블 이머징마켓스트래티지 대표는 "GDP보다 더 정밀한 척도인 구매력평가(PPP) 기준에선 중국이 이미 10년 전에 일본을 제쳤다"고 말했다.
 
이처럼 중국이 엄살을 부리는 것은 위상이 커질수록 국제사회에서 짊어져야 하는 책임과 의무가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세계가 일본보다 중국에 주목한지는 이미 오래됐다. 또 중국은 최근 미국 국채 보유를 줄이고 일본과 유럽의 국채 매입은 늘려 선진국들을 긴장시키며 머니파워를 과시했다.
 
또 정치·군사적으로도 중국은 이미 미국과 어깨를 견주는 실재하는 하드 파워다. 이 정도면 전세계의 중국 압박이 부당하다고 보긴 어렵다. 아무리 자국 경제의 끊임없는 발전을 위한 것이라지만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엄살을 지켜봐야만 하는 상황은 몹시 불편하다. 세계의 중심이라는 명칭에 걸맞는 공헌과 대국다운 책임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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