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 F1 D-59, 말레이시아 세팡 서킷 벤치마킹해야

머니투데이 세팡(말레이시아)=김보형 기자 2010.08.24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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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버는 세팡 서킷, 매년 6만명 찾아… 경제효과 4000억원 넘어

오는 10월 22~24일 전남 영암에서 막을 올리는 'F1 코리아 그랑프리'가 두 달 여 앞으로 다가왔다. F1은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스포츠로 불리며 연간 400만명의 관객들이 경기장을 찾는다. 세계 184개국, 6억명 이상을 텔레비전으로 앞으로 모이게 하는 말 그대로 '빅 이벤트'다.
영암 F1 D-59, 말레이시아 세팡 서킷 벤치마킹해야


국내에서도 영암 F1 경기장 완공을 앞두고 F1 열기도 점차 뜨거워지고 있다. 1999년 일본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F1 경기를 치른 말레이시아 세팡 서킷을 지난 21일 찾았다. 수도 쿠알라룸푸르에서 고속도로를 타고 남쪽으로 40여 분(60Km) 달리면 드넓은 평원에 위치한 세팡 서킷이 눈에 들어온다.

말레이시아는 1990년대 국제사회의 인지도를 높이겠다는 '비전 2000' 프로젝트의 하나로 세계 최고층 빌딩(452m, 92층)으로 기록됐던 KLCC타워와 세팡 서킷 등을 건립했다.



사실 말레이시아는 '프로톤'과 '페로두아'라는 자국 자동차 메이커를 보유하고 있지만 인근 아세안 지역에 소규모 수출을 제외하면 자동차 산업은 그리 발달하지 않았다. 연간 자동차 시장 규모도 53만대로 한국(146만대)의 3분의 1수준이고 1인당 국내총생산(GDP)도 7469달러로 한국(1만7074달러)의 절반에도 채 못 미친다.

하지만 말레이시아는 모터스포츠에서는 우리나라를 압도한다. 전략적인 투자로 모터스포츠를 육성한 대표적 성공사례로 꼽힌다. 1998년 당시 F1 경기장 건립비용으로 8000만달러(약 974억원). 현재 가치는 1억7000만달러가 넘는다. 또 매년 6만명 이상의 해외 관광객이 찾아 작년 기준으로 경제효과도 3억4400만달러(약 4072억원)에 이른다.



특히 올해는 말레이시아 F1팀이 처음으로 경기에 참가해 의미를 더했다. 영국의 유명 스포츠카인 로터스사를 인수한 프로톤 자동차가 에어 아시아 등 말레이시아 기업들과 손잡고 '로터스 F1 레이싱팀'을 창단한 것. 비록 지난 4월 세팡에서 열린 3라운드에서 최하위에 그쳤지만 F1 경기장과 레이싱팀을 모두 보유한 말레이시아는 이미 모터스포츠 선진국 대열에 올랐다.

F1 레이싱팀이 아예 없고 올해 처음으로 F1 경기를 여는 우리와는 상당한 수준차가 있다는 평가다. 올림픽과 월드컵을 모두 개최한 나라나 세계 10대 자동차 생산국 중 F1 대회를 개최하지 않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이날 기자의 레이싱 교육을 담당한 말레이시아 레이서 아론 림(25)은 "슈퍼GT와 모토GP(모터사이클)등 매년 20개 이상의 대회가 세팡에서 열린다"면서 "일반인 대상의 유료 스포츠 드라이빙 행사를 포함하면 매년 300일 이상 경기장이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영암 F1 D-59, 말레이시아 세팡 서킷 벤치마킹해야
기자가 참석한 행사도 글로벌 타이어 업체인 미쉐린이 한국과 호주, 인도 언론 및 주요 딜러들을 초청해 경주용 차로 실제 F1 서킷 주행경험을 제공하는 유료 스포츠 드라이빙 이벤트다.


비용은 단체 할인을 적용했음에도 1인당 2500달러(약 300만원) 안팎이다. 개인적으로 참여한다면 이보다 훨씬 비싸다. 미쉐린을 제외한 다른 자동차관련 업체들이 매년 1000여 명 이상을 초청해 유사한 행사를 개최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액수다. 이 같은 모델은 영암 F1 서킷도 참고해 볼만하다.

레지스 미쉐린 아시아태평양 모터스포츠 매니저도 "말레이시아 세팡 서킷은 일본보다 비용이 저렴하면서도 인프라가 우수하기 때문에 미쉐린 뿐 아니라 다른 브랜드의 스포츠 드라이빙 행사가 1년 내내 열리고 있다"면서 "자동차 산업이 발전한 한국도 F1 서킷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이 같은 행사를 통해 이미지 제고는 물론 경제적으로도 이익을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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