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은 22일 기자들과 만나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어제 청와대 본관 백악실에서 오찬 회동을 가졌다"며 "이 날 회동은 약 1시간 35분 동안 배석자 없이 비공개로 진행됐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의 대변인 격인 이정현 한나라당 의원은 "당내 문제에 대해서는 한나라당이 국민의 신임을 잘 얻어 이명박 정부의 성공과 정권재창출을 추진해야 하고 그것을 위해 같이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의 대화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이 회동 전날인 20일 만남을 극비리에 제안하고 그 동안의 앙금을 허심탄회하게 풀 수 있도록 배석자를 물리치는 등 박 전 대표를 배려한 것으로 보이는 몇 가지 정황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보탠다.
여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이 날 회동에서 △4대강 문제 등 집권 하반기 주요 국정과제 추진 △여당 내 계파갈등 봉합 △당·정·청간 원활한 소통 등으로 놓고 박 전 대표의 협조를 구했고 박 전 대표도 이에 화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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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향후 남북관계를 비롯한 국제 정세에 대한 의견교환도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박 전 대표에게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만남을 제안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여권은 두 사람이 정권재창출 문제를 논의하며 차기 대권에 대해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차기 대권을 직접 거론하기 보다는 국무총리로 발탁된 김태호 후보자가 '박근혜 견제용'이라는 정치권 해석에 대해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후보자의 발탁 배경 및 인선 과정 등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며 친박계의 불필요한 오해를 차단했다는 것. 또 정권재창출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에 공감하는 수준에서 합의점을 찾았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현재 시점에서 이 대통령은 집권 하반기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 박 전 대표의 도움이 필요하고 차기 대권 유력주자인 박 전 대표로서도 이 대통령과의 계속되는 대립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여권 안팎에서도 세종시 수정안 등으로 놓고 극명하게 대립한 친이·친박 갈등이 어느 정도 해소되며 여당 균열이 봉합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란 기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추진 의지를 내비치고 있는 개헌 문제에 대해 박 전 대표가 부정적 입장을 견지해오는 등 갈등의 불씨가 여전하다. 또 친이·친박 갈등이 하루 이틀 안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이번 회동이 '일시적 해빙' 이상의 효과를 발휘할 지 두고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만만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