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금자리 속도조절 vs 지속추진, 어느 쪽?

머니투데이 장시복 기자 2010.08.25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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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보금자리주택 1년의 功過

지난 1년간 국내 부동산시장의 최대 이슈는 '보금자리주택'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풀어 저렴한 분양가로 공급하는 이 아파트는 이른바 '반값 아파트'로 불리며 서민들의 내집 마련에 대한 희망과 기대감을 불러 일으켰다. 때문에 이명박 정부의 주택 정책도 보금자리 위주로 돌아갔던 게 사실이다.

◇비판적 시민단체도 보금자리 추진 '긍정'



정부는 지난해 8·27 대책에서 수도권에 보금자리주택 공급을 대폭 확대하고 그 시기도 현 정권 내로 앞당기는 방안을 내놓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집 없는 서민들이 집을 가질 수 있는 '획기적인 주택공급 확대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주문한데 따른 것이다. 이 대책에서 정부는 수도권 그린벨트 개발 일정을 앞당겨 2012년까지 모두 12만가구로 계획된 공급물량을 32만가구로 20만가구 대폭 확대키로 했다.

일단 대다수 여론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집값 안정 효과를 가져왔다는 이유에서다. 심지어 MB정부 정책에 비판적이었던 시민단체의 관계자들마저 옹호하고 나섰다. 경실련 김헌동 국책사업감시단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집값이 대세 하락기에 접어든 것은 보금자리주택 외에 다른 변수가 없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예상 밖 '강남 쏠림현상' 심화



때문에 지난해 10월 처음으로 진행된 시범지구 4곳 1만4300가구 사전예약에 대한 흥행 여부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썩 기대했던 결과는 아니었다. 시범지구 사전예약 일반 공급의 경우 강남 세곡과 서초 우면 등 강남권 인기 지구는 첫날 마감됐지만 하남 미사와 고양 원흥 등 경기권은 미달을 면치 못했다.

이후 지난 3월 위례신도시와 지난 5월 2차 지구의 잇단 사전 예약에서도 수억원의 시세 차익이 가능한 강남 보금자리주택으로의 쏠림 현상은 심화됐다. 2차 지구 사전예약에서 서울 내곡과 세곡2지구는 모두 첫날 마감됐지만 경기권 4개 지구는 1순위에서 미달됐으며 3순위 까지 총1333가구가 미달되는 수모를 겪었다.

부동산 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시세 차익에 대한 확신이 없는데다 7~10년의 전매 제한과 5년 의무거주 기간이라는 조건이 부담을 줬다는 분석이다. 특히 인근 집값이 급락하면서 분양가 경쟁력도 떨어진 편이다.


그래도 아직 보금자리주택에 대한 서민들의 기대감은 여전하다. 좋은 입지만 나온다면 기다렸다가 사겠다는 대기 수요자들이 많은 상황. 전문가들도 올 하반기 부동산시장 키워드로 단연 보금자리주택을 꼽는다. 집값을 안정시키고 생애최초·3자녀·노부모 부양 등 수요를 다변화 하는데 실제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도 많다.

◇곳곳에서 암초에 걸린 보금자리



그런데 지금까지 대체로 순조롭게 추진돼 온 보금자리주택도 곳곳에서 암초에 걸리고 있다. 우선 최근 해당 지자체의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새로 선출된 야당 출신의 해당 지자체장들이 잇따라 반기를 들고 나선 것. 성남시는 3차 지구로 지정된 고등지구 개발 계획을 철회해달라고 요청했으며 광명시도 "시의 의견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보금자리주택을 건설하면 중대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회 국토해양위 소속 백재현 의원(민주당)은 "보금자리주택은 특별법과 국가의 권한을 내세운 국책사업이지만 그 땅에 살게 될 주민들의 삶의 질과 지자체의 의견을 충분히 고민하고 반영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거대한 부채 문제도 큰 골칫거리다. LH의 부채는 118조원에 달하고 하루 이자만 100억원이 나간다. 때문에 지난해 1차 사전예약을 받은 하남 미사지구는 5조1000억원의 보상금을 마련하지 못한 채 이미 세차례 이상 보상 공고가 연기되기도 했다. 보상 문제로 본 청약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무엇보다 민간 건설사들이 보금자리 주택 때문에 죽겠다며 아우성이다. 이른바 '보금자리 쇼크' 타격을 입고 있다는 주장이다. 협회 등을 중심으로 민간 분양에도 숨통을 틔워달라며 '보금자리주택 공급 속도 조절론'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끊임없는 '속도 조절론'에 고심하는 정부

이에 따라 정부도 속도 조절에 대한 고민이 크다. 공식적으로는 "민간과 시장 수요가 겹치지 않는다"며 "기존 방침대로 진행 한다"는 입장이지만 각종 변수로 인해 고심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일단 올 10월 예정된 3차 보금자리주택 지구 사전예약에서 물량이 조절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또 빠르면 8월 말 있을 정부 주택거래 활성화 대책에서도 이와 관련한 대책이 예상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 이 대통령이 '친서민 정책'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고 있는 데다 '최장수 장관'으로 유임된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도 이에 적극 동참하는 편이어서 변화를 주는 게 만만치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편 보금자리주택이 시행 1년을 맞아 단순 '베드타운'이 아닌 '도시기능'을 갖춘 주거 공간으로 발전시켜 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호철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는 "보금자리주택은 지속적인 물량 공급도 중요하지만 각 지구별로 도시 기능의 원활한 작동이 이뤄지도록 개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진미윤 LH토지주택연구원 박사는 "친서민 주택정책이란 주택을 단지 저렴하게 공급하는 것뿐 아니라 현 상태에서도 점진적인 주거 상향 이동과 내집 마련으로까지 가는 계단을 끊어지지 않게 해 주는 틀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부 김동호 공공택지기획과장은 "자족시설의 개념은 경제적 자족성을 나타내는 생산·고용시설뿐 아니라 생활환경·기반시설·환경 자족성까지 확대된다"며 "도시지원시설용지를 생산시설뿐만 아니라 생활복지시설 및 공공시설 등까지 포함해 규정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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