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흐흐…"네 더위 내놔"

머니투데이 이은정 기자 2010.08.20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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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정기자의 생생여행]스릴&공포, 늦더위 '죽이는' 놀이들

편집자주 늦더위가 극성이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고 했던가. 여기 '죽이는' 놀이 2가지가 있다. '적을 죽이는' 서바이벌게임과 귀신 때문에 '무서워 죽는' 흉가체험이 그것. 언뜻 살벌해 보이지만 이미 온라인에서는 두터운 매니아층을 형성했다. 어떤 매력이 있기에 찜통더위 속에서도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것일까.

↑수색역 뒷산에서 펼쳐진 서바이벌 게임. 에어소프트건 앞쪽에는 눈에 띄는 컬러파트를 부착해 가짜 총임을 알려야 한다. /사진=유동일 기자 eddie@↑수색역 뒷산에서 펼쳐진 서바이벌 게임. 에어소프트건 앞쪽에는 눈에 띄는 컬러파트를 부착해 가짜 총임을 알려야 한다. /사진=유동일 기자 eddie@


◇'죽여야 사는' 서바이벌 게임
한여름 태양에 달궈진 바람이 숲 속으로 기어든다. 오전 10시. 나무 뒤로 몸을 웅크린다. 목덜미를 타고 흐르는 땀방울이 섬뜩하게 차갑다. 벌써 20여분째 매복이다. 온몸의 촉수가 날카롭게 적진을 응시한다. 바람소리, 벌레소리, 거친 숨소리…. 그리고 숲을 훑고 지나가는 정적. 적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엄지손가락이 방아쇠에서 경련을 일으킨다. 심장은 정상 박동수를 초과하며 요동치고 있다. 단 1발의 총성으로 삶과 죽음이 결정된다. 항복이란 있을 수 없다. 적과 나, 둘 중에 하나가 죽어야만 끝나는 서바이벌게임. 긴장감이 무겁게 수색역 뒷산을 짓누르고 있다.
 
"두두두두…." 'G36' 모델을 본뜬 에어소프트건이 숲의 정적을 깨며 짜릿하게 발사된다. 디질랜드와 SS팀원 20여명이 아침 9시부터 수색역 뒷산에 모여 서바이벌 게임용 BB탄 총을 테스트한다. "치익- 치익- 테스트 하나, 둘…." 무전기도 이상없다.



난생 처음 신는 군화에 얼룩무늬 옷, 그리고 탄알통을 넣은 묵직한 베스트를 걸치고 3㎏에 달하는 에어소프트건을 잡으니 순식간에 '다 덤벼' 포스가 완성됐다. 여기에 안전장비는 필수. 신병(?)이라 얼굴 전체를 덮는 고글을 썼다. 진짜 전장에 나가는 병사처럼 비장함도 묻어난다.

↑서바이벌 게임 동호회'디질랜드'팀이 적을 찾아 이동하고 있다. /사진=유동일 기자 eddie@↑서바이벌 게임 동호회'디질랜드'팀이 적을 찾아 이동하고 있다. /사진=유동일 기자 eddie@
오늘의 게임은 디질랜드팀과 SS팀의 산악전투. 먼저 상대팀을 전멸시켜야 끝난다. 신병은 디질랜드팀에 배속(?)됐다. 숲 속을 한참 달려 일정거리를 두자 팀장의 무전이 "게임 시작"을 알렸다. 팀원들이 몸을 낮추고 적진을 향해 양쪽으로 흩어졌다.



신병은 고참의 뒤꽁무니를 쫓아다니기로 했다. 몸을 최대한 낮춘 채 엄폐물을 찾아 포복을 하기도 하고 달려가기를 반복한다. 숨이 턱밑까지 차온다. 한낮의 더위는 느껴지지도 않는다. 얼굴을 타고 흐르는 땀방울만 연신 소매로 훔친다.

고참은 만약 자신이 죽으면 뒤에서 바로 적을 맞히라는 막중한(?) 임무를 맡겼다. 어딘가에서 겨냥하고 있을지 모를 적을 찾는 고참의 눈초리가 매섭다. 얼굴 전체를 가린 고글을 통해 거친 숨소리만 숲 속에 가득하다.

매복 10여분이 지났을까. "두두두두두두… 타타타타타타…." 정적을 깨고 숲에 울리는 에어소프트건 소리에 이어 "전사"라는 말이 난무한다. 전방 50m 정도에서 검은 물체가 다가온다.


"두두두두둑…." 에어소프트건의 떨림이 온몸으로 전해진다. 상대방의 '전사'라는 말이 들리지 않는다. 빗나갔다. 머리카락이 쭈뼛 선다.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른다. 짜릿하다.

SS팀의 생존자가 2명밖에 없다는 무전이 날아든다. 거기에 비하면 우리팀은 생존율 70%다. 가히 섬멸이다. 상대팀 잔당들의 예상 동선을 찾아 추격전이 벌어졌다. 도주하는 상대 팀원이 시야에 들어온다. "두드드드드득…." "타타타타타탁…." 사방에서 BB탄이 날아간다. 드디어 "전사!" 몰살이다.
 
서바이벌게임 동호회는 수도권에만 수십 팀에 달하지만 드러내놓고 활동하기를 꺼린다. 일부 총기로 개조한 몰지각한 사람들로 인해 '위험한 놀이'라는 인식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동호회 회원들은 엄격한 룰과 양심으로 진행되는 '매너게임'인데도 불구하고 극소수 몰지각한 사람들의 행동이 부풀려져 위험한 취미로 치부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룰만 지킨다면 서바이벌게임은 '스릴 만점'의 놀이다. 10년 전만 해도 산 속에서 완구총을 들고 다니다 마을주민이 간첩으로 신고해 '진짜 총 vs. BB탄 총'이 맞서는 해프닝도 종종 벌어졌다.

하지만 요즘은 여성들의 참여율도 높아져 연인들의 새로운 놀이문화로 떠오르고 있다. 숲 속에서 특별하고도 짜릿한 데이트로도 손색이 없다. 특히 속썩이는 남자친구나 여자친구가 있다면 상대편으로 배치해준다니 미리 말해두는 것도 잊지 말자.

●서든어택 얼라이브대회 '2010 인제 서든어택 얼라이브' 3차대회가 오는 10월9, 10일 강원 인제군 밀리터리테마파크에서 열린다. 팀당 5~7명으로 총 60개 팀을 선착순 접수한다. 참가비는 팀당 7만원.

첫째날에는 승률, 승자승, 세트득실차에 따른 링크전으로 예선전이 열리고, 둘째날 32강 본선대회는 토너먼트 방식으로 우승팀을 가린다. 1등 300만원, 2등 200만원 등 32강 진출팀까지 상금이 수여된다. 지난 대회에는 60개 팀에다 관람객까지 총 1000여명이 참가했다. 서울사무국 070-8275-5358~60, 인제사무국 033-460-2162

↑일본 나가사키현 하시마섬의 한 흉가. 이곳은 죽은 사람들이 많아 '유령의 섬'이라고도 불린다. /사진제공=네이버 카페 '흉가를 찾는 사람들'.↑일본 나가사키현 하시마섬의 한 흉가. 이곳은 죽은 사람들이 많아 '유령의 섬'이라고도 불린다. /사진제공=네이버 카페 '흉가를 찾는 사람들'.
◇'무서워 죽는' 흉가체험 
"이번 주말엔 '늘봄가든'으로 갑니다. 준비물은 무서운 이야기 2가지와 일말의 용기이고요. 참, 참가비용은 '디파짓' 있습니다. 부모님이 가지말라고 하신다, 비가 와서 가기 그렇다, 기분이 우울하다 등 이유로 갑자기 취소하는 경우가 있어서요."
 
한 온라인 사이트에서 흉가체험자를 모집하는 글이다. 기절초풍할 귀신을 직접 만나보겠다며 현장으로 나서는 '간 큰' 사람이 늘고 있다. 다음에 개설된 '흉가체험' 카페회원수만 무려 2만8000명. 호기심 왕성한 20~30대 젊은층이 대부분이지만 아들과 함께 오는 50대 어머니도 있으시단다.
 
흉가마다 전해오는 이야기는 뻔하지만 실제로 가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이야기가 된다. 방송에서 개그맨 김현기가 직접 체험한 흉가이야기를 듣고 일본 원정까지 간 흉가매니아 박태수씨(네이버 '흉가를 찾아서' 운영진)의 체험담이다. 장소는 흉물로 변한 빌라촌이었는데 이곳에 가스폭발로 일가족이 모두 사망한 집이 있었다.
 
"밤에 그 집에서 라디오로 일정 주파수를 맞추면 갑자기 큰 굉음이 울리는데 꼭 화재경보음처럼 들린다고 하더라고요. 직접 듣고 싶어서 일본까지 갔죠."

멤버는 남자 셋, 여자 둘. 한국 라디오로는 안될까봐 일본시장에서 라디오도 샀다. 밤에 도착해서 본 대규모 빌라촌은 공포 그 자체였다. 마침 비도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고. A동부터 D동까지 다 돌고 문제의 그 집에 도착했다.
 
"화재가 난 현장답게 집은 처참함 그 이상이었어요. 화마가 지나간 자리도 그대로 남아있었죠. 그 공간에서 일가족이 사망했다는 생각에 공포가 최고조에 달했어요."

집 입구에는 작은 의자가 있고 그 위에는 화마에 그을린 인형이 놓여져 있었다. 그 인형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소름이 저절로 돋았다. 결국 일부 멤버는 공포심을 못이겨 차로 돌아갔다.
 
↑일본의 흉가에 있던 인형. /사진제공=네이버 카페 '흉가를 찾는 사람들'.↑일본의 흉가에 있던 인형. /사진제공=네이버 카페 '흉가를 찾는 사람들'.
"라디오가 주파수를 잡기 위해 '치익치익' 소리를 내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 순간 '다다닥' 하고 뛰어가는 소리가 나는 거예요. 한 멤버는 차로 갔던 멤버들이 다시 온 줄 알고 안방으로 들어오라고 외쳤지만 아무런 소리가 안들렸어요."

비가 와서 잘못 들었을 것이라 생각하며 다시 라디오에 집중했지만 새벽 1시가 지나도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자 멤버들은 라디오를 껐다.
 
"쿠당탕!" 집안을 울린 큰 소리에 멤버들은 거실로 뛰쳐나왔고 그 순간 너무 놀라 아무 말도 못했다. 아까 의자 위에 앉아있던 인형이 입구 앞에 놓여져 있는 것이었다. 의자는 뒤집어진 채로….
 
"멤버들은 그 자리에서 짐을 챙겨 밖으로 뛰기 시작했어요. 차 안의 멤버들에게 달려가면서 시동을 걸라고 소리를 쳤죠. 그런데 차 안에선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며 울부짖는 거예요."

정말이었다. 차에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라디오도 꺼진 상태에서 화재경보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배터리를 뽑아 랜턴에 넣은 상태였는데 말이다. 놀란 멤버들은 반사적으로 라디오를 집어던졌고 그 순간 차에 시동이 걸려 줄행랑쳤다.
 
참가자들은 영혼을 보겠다는 기대 반, 두려움 반으로 모인다. 대부분 디지털카메라를 들고 오는데 가장 흔히 경험하는 것이 심령사진이다. 동그랗고 하얀 불빛의 모양으로 잡히는데 '오브'(ORB)라고 한다. 연기 형태로 찍히는 경우도 있다.

또 이상한 소리를 듣거나 심한 경우에는 가만히 있던 물건이 움직이기도 한다. 방송촬영 땐 조명이 터진 경우도 많다고. 멀쩡한 디카가 고장나거나 손전등이 갑자기 꺼져버리는 경험도 많이 한다.
 
흉가의 최대 매력은 그 흔한 비명조차 나오지 않는 '리얼 공포'라고 입을 모은다. 또 그 속에서 형성되는 공감대는 최고의 MT로 손색이 없다. 유승진 퇴마사는 "심장이 약하거나 평소 꿈이 잘 맞는 사람은 체험을 피하라"고 조언했다.

빙의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이러한 위험에도 흉가체험을 하는 이유는 뭘까. 퇴마사는 "영혼들의 사연을 듣다보면 그들의 억울함에 공감하는 동시에 세상살이의 교훈도 얻게 된다"고 말했다.
 
억울하게 죽어서 이승에 머물고 있는 영혼들. 오늘도 TV나 신문에선 끔찍한 사건, 사고가 넘쳐난다. 한참을 들여다보다 문득 드는 생각이 있다. 한 맺힌 귀신보다 한을 맺히게 하는 사람이 더 무서운 것 아닐까.

●흉가체험 이것만은 지키자재미를 위해서 하는 체험이지만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이 있다. 우리는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라는 것. 때문에 흉가에서도 지켜야 할 것이 있다.

첫째, 떠들지 말 것. 흉가는 귀신이 사는 공간이기 때문에 잠시 방문했다는 기분으로 차분히 체험해야 한다. 둘째, 물건에 절대 손대면 안된다. 실제로 좋아 보이는 물건을 가져갔다가 안좋은 일을 당한 사람이 많다.

셋째, 혹시라도 어지럼증이나 구토증상을 느끼고 빙의 조짐이 보이면 즉시 체험을 중단해야 한다. 넷째, 흉가는 오랫동안 방치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유리조각, 혹은 무너진 바닥 등 안전사고에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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