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엔고'로 대일무역 사상최대 적자 우려

머니투데이 박영암 기자 2010.08.16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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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180억달러 적자, 연 300억달러 전망...중간재산업 키워야 개선

'슈퍼엔고'로 가뜩이나 만성적인 적자구조의 대일무역수지에 적신호가 커졌다. 수입가격 상승으로 올해 대일무역적자가 사상 처음 300억 달러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16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엔/달러 환율이 1달러에 85엔으로 내려가는 등 엔고(엔화가치 상승)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일본 엔화는 올 들어 달러화 대비 8%이상 상승하는 등 안전자산 선호현상과 맞물리면서 강세를 이어왔다. 원/엔 환율도 100엔당 연초 1200원대에서 1400원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강세를 보였다.



일본 환율 분야 최고 전문가인 '미스터 엔'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교수는 지난 1995년 4월 기록한 달러당 79.5엔의 사상 최저치를 조만간 깰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슈퍼엔고'로 대일무역 적자확대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내제품으로 대체할 수 없는 IT, 자동차의 일본산 중간재(소재·부속품) 수입가격 상승으로 무역적자의 확대가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김은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반도체 가전 등 우리나라 수출 주력품의 핵심 중간재를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지만 국내에서 이를 대체할 수 없어 엔고에 따른 수입가격 상승 부담이 무역수지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며 "엔고현상이 이어질수록 대일무역적자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 상반기 대일 무역수지는 180억700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128억 달러어치를 수출했지만 309억 달러 어치를 수입해 해방 후 사상 최대의 무역적자를 기록한 것. 특히 상반기 중간재의 대일 무역적자 규모는 120억 달러로 집계됐다. 전체 대일 무역적자의 66%가량을 부품·소재 부문에서 기록한 셈이다.

기획재정부는 엔고에 따른 대일무역수지 적자 심화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이를 반기는 분위기다.


재정부 관계자는 "우리나라 주력 수출시장은 중국 동남아 유럽연합(EU)이고 엔화강세는 이들 지역에서 일본제품에 대한 국내제품의 가격경쟁력을 높여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관세청이 이날 발표한 '7월수출입동향'에 보면 중국(100억 달러) 동남아(78억 달러) EU(51억 달러) 등의 수출액이 전체 수출액(409억 달러)의 55%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만성적인 대일무역적자와 맞물린 엔고현상은 한국경제의 구조적인 취약성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호성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그동안 일본에서 중간재를 수입한 후 이를 완제품으로 가공해 중국이나 신흥시장에 수출, 대일무역적자를 보전했지만 중국이 완제품 수출에 나서고 있어 엔화강세 효과를 이전만큼 누리지 못하고 있다"며 "만성적인 대일무역구조 개선을 위해서라도 국내 중간재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정부여당의 친중소기업 정책이 부품과 소재업체의 기술력과 품질력 강화로 이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미국경제가 가시적인 회복세를 보이기 이전까지 엔화강세는 이어질 것"이라며 "이로 인해 올해 대일 무역적자가 사상 처음으로 300억 달러를 넘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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