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현대건설 인수 공식화

머니투데이 서명훈 기자, 박종진 기자 2010.08.16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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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간 TF 가동, 형제 그룹간 컨소시엄보다 단독 인수에 무게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30,950원 ▼200 -0.64%) 인수전 참여를 공식화한 가운데 현대·기아차그룹의 물밑 준비작업도 진전되고 있다. 현대차 (250,500원 ▲4,500 +1.83%)그룹은 머잖아 현대건설 인수 구상을 공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 고위관계자는 15일 "현대건설 인수를 추진하기로 내부 결론이 내려졌다"며 "현대엠코와 HMC증권 등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팀을 조만간 가동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현대중공업 등 다른 형제회사와 공동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방안은 가능성이 낮다"며 "현금유동성이 충분해 단독으로 인수하는데 큰 무리가 없다"고 설명했다.

◇ 현대차그룹, 현대건설 단독 인수 가능성?
현대차그룹은 지난 3월말 현재 주요 계열사들이 4조5000억원이 넘는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건설의 예상 매각 가격이 3조~4조원 사이임을 감안하면 단독 인수에 큰 무리가 없는 셈이다. 지난 3월말 주요 계열사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규모는 현대차가 1조4237억원, 기아차가 1조1053억원, 현대모비스 9908억원, 현대캐피탈 8042억원, 현대엠코 2008억원 등이다.



여기에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의 높은 신용등급을 볼 때 외부조달에도 큰 어려움이 없는 상황이다. 현대차와 현대캐피탈은 'AA+'로 한국전력 등 공기업보다 한 단계 낮은 수준이다. 기아차와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역시 한 단계 낮은 'AA'여서 언제든지 외부 자금조달에 나설 수 있다.

또 다른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건설이 과거 현대그룹의 모태가 됐던 상징적인 회사여서 다른 형제들도 일부 지분을 인수하고 싶어할 수도 있다"며 "이 경우 인수전에 함께 참여하기보다는 인수가 완료된 이후에 현대차가 보유한 (현대건설)지분 일부를 넘겨주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 변중석 여사 3주기 회동, MK 가족 리더십 시험대
오는 16일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부인인 변중석 여사 3주기는 현대건설 인수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날 추도식에는 정몽구 현대차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을 비롯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정몽준 의원(현대중공업 회장) 등 범 현대가 일원이 모두 참석할 예정이다.


긴 시간은 아니더라도 자연스럽게 현대건설 인수에 대한 얘기가 오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현 회장 역시 현대건설 인수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어 외부에 집안 싸움으로 비춰지는 것을 싫어하는 다른 형제가 중재에 나설 가능성도 남아 있다.

그동안 장자로서 가족 대소사를 조용히 챙겨왔던 정 회장은 최근 그 행보를 넓히며 가족 내에서도 확고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정 회장은 최근 현대모비스의 자회사인 IHL의 지분 10%(12만주)를 큰 조카인 정은희씨 부부에게 매각했다. 물론 경영권도 함께 넘겨 줘 부사장이던 남편 주현씨가 신임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IHL은 자동차 램프 제조업체로 작년 말 기준 1975억원 매출에 당기순이익 28억원을 기록했다.



또 지난 11일에는 고모부이자 집안의 원로였던 고 김영주 한국프랜지공업 명예회장이 별세하자 상가를 지키며 이명박 대통령의 조문 등을 직접 영접하기도 했다. 과거 2005년에는 현대오일뱅크 사장에서 물러나 있던 사촌동생 정몽혁 현 현대종합상사 회장에게 현대차 계열의 자동차 부품회사인 메티아(옛 아주금속)를 맡기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회동에서는 현대건설 인수에 대한 얘기가 아예 나오지 않거나 공감대가 형성되기 힘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평소 정 회장의 가족 모임에서 사업 얘기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데다 제사라는 특수상황이어서 얘기를 꺼내기도 쉽지 않다.

현 회장의 강한 인수 의지도 고려해야 한다. 일부에서는 현대건설이 보유한 현대상선 지분만 넘겨받는다면 현 회장도 한발 물러설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현대그룹 내부 분위기를 모르고 하는 얘기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현대건설 인수는 그룹이 사활을 걸고 준비해 온 사안"이라며 "현대그룹의 또 다른 기둥으로 키우기 위해 현대건설 인수를 추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건설이 보유한 현대상선 (17,630원 ▲320 +1.85%) 지분 문제는 '핵심'이 아니라는 얘기다.


현대차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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