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 다툼에 끼인 '시민'

머니투데이 서동욱 기자 2010.08.16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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市 직제개편안 부결…시정표류 현실화

서울시와 서울시의회의 충돌이 본격화되고 있다.

6·2지방선거를 통해 시의회를 장악한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이 오세훈 시장의 시정운영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있고, 개원 후 첫 임시회에서는 2건의 법안이 각각 의결·부결되면서 시정표류가 현실화되고 있다.

서울시의회는 지난 13일 열린 본회의에서 서울광장에서의 집회·시위를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로 전환하는 내용의 '서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안'을 의결했다. 반면 서울시가 요구해 온 '행정기구 설치 조례안'은 부결됐다.



◇서울시 공무원들 "업무보고 깐깐해져"

서울시는 광장조례안이 통과되자 즉각 반발했다. 법안이 부당하다며 재심의를 요구했고 이마저 수용되지 않으면 행정소송을 검토하는 등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서울시가 시의회 의결 법안을 소송까지 언급하며 반발하는 배경에는 '더 이상 시의회에 끌려다닐 수 없다'는 절박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1실5본부8국의 시 조직을 1실8본부5국으로 바꿔달라는 직제개편안이 부결되자 허탈한 반응을 보였다.

서울시 고위관계자는 "아무리 여소야대 시의회라고 하지만 공무원들이 일할 수 있는 여건은 마련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개편안이 부결됨에 따라 8월 중 예정됐던 전보인사와 업무분장 등 시정 전반의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지난 9일부터 12일까지 진행된 서울시 업무보고도 변화한 상황을 보여줬다. 업무보고에 나섰던 한 공무원은 "간단히 하란 말씀이 없어 업무현황 설명을 1시간 넘게 했더니 너무 길게 했다는 질책을 받았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그냥 넘길 수 있는 사안들을 시의원들이 하나하나 일일이 지적한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민주당 소속 한 시의원은 "공무원들의 장황한 보고를 듣는 것보다 핵심 사안의 현황파악과 대책이 더 중요하다"며 "업보보고 형식에 대한 지적은 시의원의 당연한 권한"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주요사업 이미 축소, 시정표류 어디까지"

서울시의회의 서울시 주요사업에 대해 축소·중단 요구에 따라 한강과 서해를 연결하는 서해 비단뱃길 사업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최근의 대형 PF사업 좌초 상황과 맞물려 있기는 하지만 시는 현재 추진 중이거나 계획 중인 대형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앞서 시의회는 한강르네상스사업과 디자인정책 등 오세훈 시장의 역점 사업에 대해 반발해왔다. 이에 따라 마곡 워터프런트 사업과 안양천·중랑천 뱃길 조성, 시내 지천 정비사업 등의 축소가 곧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시의회는 예산 편성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하면 삭감하거나 다른 부문 예산으로 바꿀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시의회가 동의하지 않고서는 서울시가 추진하는 역점사업의 진행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시민 인병문씨(41)는 "한나라당 출신 서울시장과 한나라당이 다수당이었던 서울시의회의 밀월은 끝난 것"이라며 "시의회의 실질적인 견제활동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안기일씨(50)는 "최근 언론보도를 접하면 서울시의회가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것 아닌가라는 느낌도 든다"며 "두 기관의 권한다툼 보다는 서울시민의 삶의 질 개선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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