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현대건설 인수 참여' 공식화 이유

머니투데이 김태은 기자, 기성훈 기자 2010.08.12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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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회장 "경영권 안정 넘어 신성장 동력"… 제3의 기업과 손잡을지도 관심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현대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 (19,370원 ▼410 -2.07%)은 12일 공시를 통해 현대건설 (31,900원 ▲50 +0.16%) 주식취득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앞서 현대그룹 계열의 현대엘리베이 (42,250원 ▼100 -0.24%)터가 현대건설 공개매각 절차에 참여키로 결정했다고 공시한 지 하루 뒤다.

현대증권 (7,370원 ▲10 +0.1%) 등 다른 계열사 역시 이들과 컨소시엄 형태로 현대건설 인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현대 측이 옛 현대그룹의 적통을 잇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는 셈이다. 다만 3조원대의 인수대금을 자체 조달할 여력이 충분치 않아 제3의 기업과 손잡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현대그룹의 행보는 어느 정도 예상돼 왔다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지속적으로 현대건설 인수 의지를 피력해 온 데다, 현대건설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상선 지분 8.3%가 현대그룹의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다는 관측에서다.

현대상선은 현정은 회장 일가가 우호지분을 포함해 45%대를 보유하고 있지만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 등 범(汎) 현대가 역시 32%대를 갖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현대건설 인수전 참여가 확실시 되는 상황에서 현대건설 향배가 자칫 현대상선의 주인을 바꿔놓을 수 있다. 범 현대가가 현대건설 인수를 통해 현대상선의 경영권을 장악하게 되면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상선, 현대증권, 현대아산 등으로 이뤄진 현대그룹 순환출자 구조상 나머지 계열사들에 대한 경영권도 흔들리게 된다.

일각에서는 현대그룹이 인수자금 부담으로 인해 현대건설의 현대상선 지분 8.3%만 넘겨받고 현대건설 자체는 포기하는 게 아니냐는 예상도 제기됐다.

하지만 현정은 회장의 현대건설 인수 의지는 확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 회장은 경영권 안정 차원을 넘어 그룹의 사활을 현대건설에 걸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이번 인수전 참여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 회장은 대북사업이 어려움을 겪고 채권단과 갈등을 빚고 있지만 그룹의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현대건설 인수를 최우선 과제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현대상선에만 의존하는 사업을 다각화하고 시너지 효과를 높이려면 현대건설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대그룹의 강력한 인수 의지에도 업계와 시장은 아직 신중한 반응을 보인다. 현실적으로 현대건설 인수를 위한 자금조달이 간단치 않기 때문이다. 현대건설 인수가가 3조원대 인데, 현대그룹이 동원할 수 있는 현금유동성은 1조5000억원 정도라는 게 업계의 추산이다. 더구나 채권단과의 갈등으로 만기여신이 회수되면 1조원이 채 남지 않을 수 있다.

회사채 발행과 항만 등의 자산 유동화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더라도 나머지 자금 조달이 그리 쉽지 않다. 현대그룹은 한때 소문으로 돌던 현대증권 매각은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를 위해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보인다"며 "해운 호황을 보이고 있는 현대상선, 현대증권 등 계열사의 유동성도 여유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관계자는 "적어도 전체 인수 대금 중 절반 가량을 현대그룹이 대야 할 텐데 쉽지 않을 것"이라며 "공동 경영이 가능한 파트너를 물색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이와 관련해 건설사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일부 국내 기업이나 중동계 자금이 현대그룹과 손잡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거론된다.

한편 현대차 (281,000원 ▲3,500 +1.26%)그룹도 현대건설 인수를 위한 준비작업에 착수했다. 계열사인 현대엠코와 HMC투자증권 (8,810원 ▼110 -1.23%)과 공동으로 현대건설 인수를 위한 기초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인수 자문사도 조만간 선정할 예정이다.

HMM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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