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고' 즐기는 일본인, 상관없는 중국인

머니투데이 도쿄=조철희 기자 2010.08.11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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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고 피할수 없다면, 즐기자'

한 달째 30도가 넘는 폭염이 계속되는 일본 열도는 지금 휴가시즌을 맞아 공항마다 사람들의 발길로 북적인다.

대다수가 엔고의 혜택을 누리려 해외 탈출을 감행하는 일본 관광객들이다. 반면 입국장은 중국인들로 붐빈다. 새롭게 부를 축적하고 있는 이들에게 엔고쯤은 문제도 아니다.



'엔고' 즐기는 일본인, 상관없는 중국인


◇'엔고다! 떠나자!'=최근 엔/달러 환율이 85엔대로 떨어지는 등 엔고 현상이 이어지면서 일본인들의 해외여행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로 경기침체에 빠졌던 지난해에 비해 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일본인들은 크게 늘었다. 일본 최대 여행사 JTB에 따르면 올 여름 해외여행자 수가 전년 동기 대비 4.1% 증가한 244만명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본 현지에서는 가치가 높아진 엔화를 환전해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방송에 자주 나오고 있다. 홈쇼핑 방송에서도 엔고 효과를 노린 저가 해외여행 상품이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특히 일본과 가까운 한국과 중국의 여행상품이 인기다. 유럽 여행 역시 인기가 적지 않다. 엔고 효과에 항공비와 현지 체재비 등이 상대적으로 저렴해졌다. 아울러 오는 15일 일본 최대 명절 '오봉'을 전후로 본격적인 여름휴가가 시작되면 해외여행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국 관광을 계획 중인 히라야마 사토시씨는 "일본인들은 휴가철에 국내여행을 잘 다니는데 엔화 가치가 계속 올라 한국이나 중국 등 가까운 해외로 여행을 가는 것이 국내여행보다 훨씬 저렴하다"며 "올 여름 해외여행을 계획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엔고? 상관없어!'=엔고 현상에도 불구하고 일본을 찾는 해외관광객도 적지 않다. 바로 중국인 관광객들이다. 일본의 주요 여행지에서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들고 있는 오성홍기나 중국 여행사 깃발들을 자주 볼 수 있다.

특히 주요 쇼핑가에는 양손에 가방 꾸러미를 들고 상점을 오가는 중국인 관광객들로 붐빈다. 도쿄 최대 쇼핑가 긴자에서는 중국인 관광객들 덕분에 상가가 살아나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미쓰비시백화점 관계자는 J캐스트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중국인 관광객들이 명품 등을 구입하며 1인당 평균 5만엔 이상 쇼핑에 지출하고 있다"며 "매출 신장이 어려웠던 상황에서 중국인 관광객들이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엔고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중국인 관광객들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중국의 경제성장세와 위안화가 상대적으로 엔화 가치 상승에 영향을 받지 않는 점과 무관치 않다. 특히 일본 정부가 중국인 관광객들의 비자 발급 기준을 대폭 완화하며 발길이 부쩍 늘었다. 비자 조건 완화와 함께 8월~9월 중국발 일본행 항공권은 대부분 예약이 완료된 상황이다.

또 일본의 유명 관광지 홋카이도를 배경으로 한 중국 영화 '훼이첸 우라오'의 대히트로 지난해부터 중국인들의 홋카이도 관광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다카하시 하루미 홋카이도지사는 최근 "공항 확충 등에 따라 앞으로 중국인 관광객 증가가 예상된다"며 "관광객 지원을 충실히 해 중국뿐 아니라 한국, 대만 등 아시아 관광객들의 방문을 더욱 늘려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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