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천연가스버스 5% 치명적 결함' 알고 있었다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2010.08.11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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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대상 제외 차량 '방치'....전담부처 없이 서로 '떠넘기기'

올해 초 정부가 천연가스(CNG) 버스 100대 중 5대 꼴로 연료용기에서 중대 결함을 발견했지만, '급한 불'만 끈 채 적극적인 안전조치를 하지 않아 사실상 국민의 안전을 방치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11일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지경부와 교통안전공단, 한국가스안전공사는 지난해 12월14일부터 올해 2월28일까지 전국의 CNG버스를 대상으로 특별 안전점검을 실시했다.



조사 대상은 2005년 4월부터 2006년까지 등록된 대중교통 버스 5346대로, 2005년 3월 이전 등록버스는 기존 용기가 안전성 문제를 보여 새 용기로 교체됐다는 점을 감안해 대상에서 빠졌다.

지경부 관계자는 "국산인 NK사 CNG용기가 과거 몇 차례 결함이 있어 2005년 3월 전량 새 제품으로 교환했고, 이후 생산제품의 안전성 점검을 위해 2005년~2006년 등록 버스를 조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행당동에서 폭발한 CNG 버스는 2001년 12월 제조된 것으로, 아예 조사대상이 아니었다. 폭발한 용기는 이탈리아 파버(faber)사 제품으로, 사실상 정부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었다.

조사 결과, 전체의 4.7%에 해당하는 201대의 버스에서 용기 결함이 발견됐다. 폭발 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연료 누출이 전체의 66.7%인 134건이었고, 용기 부식은 18건에 달했다.

이에 지경부는 연료 누출 부분을 즉시 수리하고, 용기 부식 부분은 부분도색이나 교환 후 운행토록 조치했다.


문제는 이번 조사대상이 됐던 일부 버스에서 중대한 결함이 발견됐음에도, 정부가 조사대상에서 빠진 나머지 CNG버스의 안전성에 대해서는 '모른척' 했다는 점이다.

지경부 측은 "이번 특별 안전점검은 CNG버스 연료용기에 대한 안전관리 강화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실시된 것"이라고 말했다. 본질적으로 법 개정을 위한 근거 마련을 위한 조사였다는 얘기다.

정부 입장에서도 억울한 면은 있다. CNG버스 안전관리를 위해 3년에 1번 가스용기에 대해 내시경 또는 초음파 촬영으로 정밀진단을 시행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고압가스안전관리법' 개정안을 최근 입법예고 하는 등 지경부 나름대로 안전관리에 신경을 쓴 것이 사실.

그러나,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치명적 결함을 발견하고도, 정부가 즉각적인 안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버스를 자주 이용하는 김 모씨(33)는 "일부 조사대상 버스에서 치명적 안전 결함이 나타났다면, 조사대상을 전체 버스로 넓혔어야 하는 게 아니냐"며 "이번 사고로 시민이 크게 다친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현재 더욱 큰 문제는 CNG버스 문제를 전담할 정부 부처나 기관조차 없다는 점이다. '움직이는 잠재적 폭탄'을 관계부처가 서로 떠넘기려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기정화를 이유로 CNG버스도입을 적극 추진한 환경부는 '안전성은 지경부와 국토부 소관'이라고 주장한다. 지경부는 국토부가 버스에 대한 정기검사를 맡고 있기 때문에 CNG버스는 국토부 산하 교통안전공단에서 다루는 것이 맞다는 입장인 반면, 국토부는 가스용기는 지경부 관할 가스안전공사에서 관리해야 한다며 미뤄왔다.

한편, 지경부는 2000년~2001년 생산된 용기가 장착된 버스 731대를 대상으로 이날부터 21일까지 특별안전점검을 실시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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