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병ㆍ의원들 KTX가 두려운 이유?

머니투데이 최은미 기자 2010.08.11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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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역 의료계, 경부고속철도 2단계 구간 개통에 '긴장'

"서울 갈 필요 없어요"

지역 병ㆍ의원들이 경쟁병원이 아니라 KTX 견제에 나섰다. 경부고속철도 2단계 구간인 동대구-부산 구간 개통이 오는 11월로 예정돼 있기 때문. 개통이 완료되면 부산에서 서울까지는 기존 2시간 10여분이면 닿을 수 있어 서울 대형병원으로 환자 유출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부산 뿐 아니라 이번 개통으로 새로 신설된 충북 오송과 경북 김천ㆍ구미, 신경주, 울산역 인근 의료기관도 긴장하긴 마찬가지. 대책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부산광역시의사회는 부산시, 부산지역 4개 대학병원과 함께 지역환자에게 부산 의료의 우수성을 홍보하기 위한 포스터 1만부를 제작, 지역 의료기관과 관공서에 배포했다고 11일 밝혔다.

포스터에는 부산지역에서도 수도권 못지 않게 질 좋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교통비나 숙박비, 간병비 등 간접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08년 한 해동안 타지역에서 진료받은 부산환자는 62만여명. 전체 환자의 14% 가량을 차지하는 규모다. 대전(22%)이나 광주(23%), 충남(40%)에 비해 낮은 수준이지만 증가추세에 있는 만큼 KTX 영향권에 본격적으로 노출될 경우 유출속도가 급격하게 빨라질 수 있다는 게 부산지역 의료계의 판단이다.

의사회 측은 건보공단의 통계를 빌어 대형병원으로 간 환자들이 쓴 진료비만 765억원 규모라고 밝혔다. 교통비나 숙박비, 간병비, 병문안비 등까지 포함한 경제적 손실은 4000억원을 웃돌 것이라는 주장이다.

정 근 부산시의사회장은 "의료수준이 큰 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선입견 때문에 막대한 추가비용을 낭비하며 서울로 가는 환자들이 늘고 있는 현실"이라며 "그럴 경우 간접비용이 많이 드는 것은 물론 수술 후 관리도 어려워 오히려 환자의 건강 상태를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대기시간이 길어 진료만족도 역시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보다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12일에는 허남식 부산시장과 유재중 한나라당 의원 등 50여명이 참여하는 '부산시보건의료협의회'도 개최한다. 부산의료 홍보방안과 지역 외 환자 유치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정 회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들에게 지역의료의 우수성을 알리고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라며 "대학병원과 손잡고 연구를 활성화시키는 것은 물론 친절서비스 교육을 강화해 차별화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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