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 앞두고 기러기 아빠가 마음 졸이는 사연은?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2010.08.10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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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기러기 아빠의 손익계산서

# 올 초 자녀를 미국 유명 주립대학교로 유학 보낸 A기업 김명식(52세, 가명)부장. 이달 15일까지 다음 학기 학비(2만 달러)를 보내야 하는 그는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송금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금리가 오르면 통상 환율이 하락하기 때문. 결과를 지켜보고 송금하는 게 비용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어서다.

그런데 한편으론 마음이 편치 않다. 금리가 오르면 은행에 내야 할 대출 이자가 늘어나는 탓이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구입한 김 부장은 매월 75만 원이 넘는 돈을 이자로 내고 있다. 김 부장은 "금리가 오르면 환율하락으로 송금하는 유학비용은 줄지만, 대출 이자가 늘어난다"며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오는 12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김 부장과 같은 기러기 아빠들이 기대 반 우려 반의 심정을 나타내고 있다.

기준금리 결정에 따라 자신의 처지가 달라지기 때문. 만일 지난달에 이어 이번에도 금리를 인상하면 최근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환율은 더욱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금리인상이 대체로 원화가치를 높여 원/달러 환율을 떨어뜨리는 이유에서다. 자연스럽게 기러기 아빠들의 유학비용 송금 부담은 덜해진다. 반면 이들이 갖고 있는 은행 대출의 이자 부담은 늘어난다.



실제로 김 부장이 지난 5월 약간의 돈을 보낼 때만 해도 원/환율은 1250원대였다. 지금(9일 종가 1160원)과 비교하면 달러 값이 90원이나 비쌌다. 2만 달러를 보낸다고 가정하면 당시보다 180만 원이나 줄어든다.

그런데 7월 초 금통위의 금리 인상 결정 이후 환율은 1200원대가 깨졌고 하락세를 유지했다. 이번에도 금리가 오르면 환율 하락세는 더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금리가 오르면 앞으로 환율은 1150원대 아래로 떨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김 부장은 "한 달 전만 해도 환율이 1220원대를 보였는데 지금은 60원이나 하락한 1160원대를 나타내고 있다"며 "한 달 새 환율 덕분에 120만 원 정도를 절약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리가 인상되면 김 부장의 대출이자 부담은 증가, 울상을 지을 수밖에 없다. 김 부장은 은행에서 2억 원을 대출받아 2006년 6억 짜리 아파트를 샀다. 김 부장의 금리는 4% 후반인데 지난달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 금리는 이제 5%를 눈앞에 두고 있다. 만일 기준금리가 오르면 매달 납부하는 이자가 80만 원대로 껑충 뛴다.

김 부장은 "금통위의 기준 금리 결정을 앞두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심정"이라며 "다만 환율 하락으로 인한 송금비용 절감액이 금리 상승으로 인한 대출 이자 증가액보다 큰 게 그나마 위안"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부분 전문가들은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데다 물가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어 두 달 연속 인상되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2분기 높은 경제성장률이 국내 경기 펀더멘탈을 확인시켜줘 금통위가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환율 하락세가 금리인상에 대비한 포석이란 분석이 있다"며 "기준금리란 상황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지, 지난달에 올렸다고 해서 이번 달에 올리지 말라는 법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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