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물러나는 鄭총리 "빈둥거리는 자유 누릴 것"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2010.08.09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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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물러나는 鄭총리 "빈둥거리는 자유 누릴 것"


정운찬 국무총리가 오는 11일 이임식을 갖고 공직에서 떠난다. 오는 24-25일로 예정된 김태호 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켜달라는 청와대의 만류를 뿌리치고 떠나기로 한 것이다.

정 총리는 9일 사퇴를 앞두고 총리실 출입기자들과 가진 오찬에서 이 같은 사실을 밝혔다. "총리실 직원들이 나와 김태호 총리 후보자 모두를 신경 쓰기 어려울 것이다. 김 후보자가 청문회 준비 과정에서 총리실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자리를 비워주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이 날 저녁 청와대에서 열리는 국무위원 만찬과 오는 10일 국무회의 및 청와대 주례보고 등의 일정을 마지막으로 총리로서의 임무를 마칠 예정이다. 이후 김 후보자가 청문회를 거쳐 공식 인준될 때까지 총리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정 총리는 지난 10개월의 임기를 돌아보며 "총리라는 과분하고 영광스러운 자리가 저를 성장할 수 있게 했다. 아쉬움이 남지만 양심과 소신을 바탕으로 열과 성을 다해 일했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한 것만으로도 제 나름의 역할을 한 것"이라며 "우리 사회 세대·이념간 갈등의 균형추 역할을 하고 사회의 낮은 곳을 밝히는 지성인이 되겠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앞으로의 계획과 관련, "당분간은 심각하고 복잡한 생활을 내려놓고 빈둥거리는 자유를 누릴 것이다. 총리라는 제약으로 만나기 힘들었던 지인들을 만나고 야구장도 갈 것이며 옆에서 고생한 아내와 함께 시간을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후임 총리 후보에 대해서는 "경험과 경륜을 갖춰 더 나은 방향이 될 것이다. 사람은 언제나 바뀌지만 행정은 강물처럼 흘러가야 한다. 저는 그 과정에서 총리로서 주춧돌을 하나 보탰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훌훌 털고 떠나는 모습을 보이던 정 총리는 세종시 수정안 문제에 대해서는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듯이 문제를 인식한 것만으로도 절반은 이미 해법이 나온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세종시 수정안 역시 절반은 성공"이라고 자평했다. 이어 "돌이키기 어렵다는 이유로 눈을 감는 것은 책임 있는 태도가 아니다. 나라의 미래를 위한 중대 과제라면 당연히 새로운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며 소신을 마지막까지 꺾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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