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독선과 오만"…박근혜측 "할 말 없다"

머니투데이 박성민 기자 2010.08.09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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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개각, 대권구도 변화 조짐에 친박계 민감한 반응

한나라당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은 9일 전날 단행된 8·8 개각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박근혜 전 대표가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은 가운데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은 "임명권자의 결정에 무슨 말이 필요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친박계 현기환 의원은 이날 오전 CBS 라디오 '이종훈의 뉴스쇼'에 출연해 "박근혜 전 대표의 대항마를 키우려는 시도를 통해 대선 후보를 바꿀 수도 있다는 독선과 오만함에 빠지지 않을까 염려스럽다"고 밝혔다.



현 의원은 신임 총리 내정자인 김태호 후보자에 대해 "개인적으로 잘 알고 훌륭한 분이지만 경륜에 있어서는 국회의원이나 장관, 이런 중앙정치나 행정 경험이 없는 이런 분이 깜짝 총리로 발탁된다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젊은 사람들에게 꿈을 주기 위해서는 벼락출세나 깜짝 인사를 보여주기 보다는 장관부터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낫다"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나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등 외국의 사례를 너무 벤치마킹하다보니 이런 인사가 일어난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지난 7·28재보선에서 당선돼 특임장관에 내정된 이재오 의원에 대해서는 "내각과 여의도의 군기반장으로 갑자기 등극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친박계 유정복 의원의 농림수산부 장관 발탁과 관련, "최경환 전 지식경제부 장관을 빼면서 집어넣은 구색 맞추기 같다"며 "박근혜 전 대표가 천거하거나 하지 말라고 말한 적은 없다"고 강조했다.

친박계 의원 가운데 유일하게 지도부 입성에 성공한 서병수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실세들이 전면에 배치된 만큼 맡은바 소임이 잘 이뤄지기를 기대한다"며 '대통령 측근의 입각'임을 강조했다.


그는 후보자 추천 과정의 문제를 지적하며 "과연 당정이 제대로 된 협력과 견제의 역할을 하면서 후보를 추천했는지, 당내 화합이라는 화두를 충족시키면서 후보자를 추천했는지 뒤돌아봐야한다"며 "미진했던 부분이나 반성할 점에 대해 당 지도부가 해소할 의지가 있는지 생각해봐야한다"고 지적했다.

일부 의원들의 민감한 반응과 달리 이정현 의원은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결정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말할 필요가 없다"며 "박 전 대표와도 개각에 대해 얘기를 나눈 바 없다"고 밝혔다.

또 일각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박 전대표의 회동의 무용론을 제기하는 것과 관련, "일단 만나야 무슨 결과가 나오는 것이지, 만나기 전부터 '언제 만난다, 만날 필요가 없는 게 아니냐'는 등의 말을 쏟아내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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