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총리의 마지막 현장행보 '서민속으로···'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2010.08.0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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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국무총리가 팔을 걷어붙였다. 춘천시의 한 집짓기 현장을 방문해 망치를 들었고 다문화가족 지원센터를 방문해서는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지난달 29일 사의를 밝힌 후 '자연인'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는 정 총리가 6일 사실상 마지막이 될 외부 일정으로 선택한 것은 '서민 속으로'다

이 날 일정은 이번 주 초 정 총리가 직접 지시한 것이다. 임기 중 강원도를 한 번도 방문하지 못했다는 것이 첫 번째, 사의를 표명했더라도 약속한 건 지켜야 한다는 소신이 두 번째, 희망근로·다문화 가족에 대한 정 총리의 애정이 세 번째 이유였다.



폭염이 한껏 기승을 부리는 이 날 정 총리는 운동화와 검정색 점퍼 차림으로 춘천시 신북읍에 도착했다. 뇌병변 6급 장애인인 주광돈씨(48)의 노후주택 교체를 위해 희망근로자 11명이 땀을 흘리고 있는 현장이었다.

작업안전복과 안전모, 장갑까지 갖춘 정 총리에게 맡겨진 일은 기둥 고정 작업. 톱질, 망치질을 해 보지만 자세가 영 나오지 않는다. 작업반장이 "이리 줘 보라"며 망치를 넘겨받았다. 정 총리는 "제가 괜히 번거롭게 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며 멋쩍은 웃음을 보인다.



산 넘어 산이라던가. 다음에는 더 어려운 작업이 맡겨졌다. 지붕 위에 강판을 덧씌우는 작업이 시작됐다. 경제학자로 책상과 강단이 익숙한 그에게 육체노동이 부자연스러운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작업을 마친 정 총리는 "제가 충청도 시골 출신이지만 10살에 서울로 유학을 와서 일을 잘 못한다"며 "일당 달라는 말은 안 할 테니 더 시켜 달라"고 말했다. 덕분에 일을 벌었다. 정 총리는 컬러 강판 나르기 작업에 동원돼 구슬땀을 흘렸다.

정 총리는 이어 비닐 막사에서 두부, 김치를 안주로 막걸리를 마시며 "총리 그만둔다면서 왜 왔는지 궁금해 하시는 분 있을 것이다. 다음 총리가 올 때까지 국정을 꼼꼼하게 챙기는 게 제 임무고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화두인 '친서민' 정책도 언급했다. "대통령께서 서민정책에 관심이 많다. 관련 정책을 논의하면 '이거 서민한테 돈 되는 거야?'라고 묻곤 한다. 아직 친서민정책 효과를 제대로 느끼시지 못하겠지만, 대통령과 정부에서 곳곳의 애로사항을 찾아 해결하기 위해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후에는 춘천시 죽림동의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찾아 중국, 캄보디아, 라오스,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이주민 여성들과 얘기를 나눴다. "의사 선생님의 말이 너무 빨라 알아듣기 어렵다"는 캄보디아 출신 라이히엉씨의 말에 정 총리는 "나도 10년 동안 미국 생활을 했는데 똑같은 경험을 했다"며 웃었다.

"다문화가족 자녀 지원제도가 유치원과 초등학교 위주로 돼 있고 중·고등학교 학생은 소외돼 있다"(라오스 출신 신소링씨), "방송에서 다문화가족에 대한 이미지가 어렵고 힘들게 나온다. 도움을 주는 것도 좋지만 그런 이미지로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우즈베키스탄 출신 자므로씨) 등 허심탄회한 발언이 쏟아졌다.

이에 대해 정 총리는 "지금 생각하면 자랑도 아니지만 예전에 우리는 단일민족, 순수한 민족이라고 자랑했다"며 "미국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다문화가족이 훨씬 더 다양하고 포용적인 사회를 만들어 사회를 발전시킨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문화센터 경비를 대폭 확충하라고 예산당국에 얘기했다"고 말하자 참석자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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