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원 前행장, 1조 부실투자 허위·누락 보고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2010.08.05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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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CC 투자서 4700억 손실, 커버드본드 발행도 허위보고… 금감원 중징계

강정원 전 국민은행장이 카자흐스탄 은행 센터크레티드(BCC)에 1조 원 가량을 투자하면서 이사회에 중대한 사안을 허위보고 하거나 의도적으로 누락한 사실이 금융감독원 검사 결과 확인됐다.

커버드본드 발행과 관련해서도 주요 사항을 경영협의회에서 결정한 뒤 이사회에는 허위보고한 사실도 적발됐다.



5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국민은행 종합검사를 토대로 최근 강 전 행장을 포함한 전·현직 담당 부행장들에게 '중징계'를 통보했다.

오는 19일 열린 제재심의위원회에서 강 전 행장은 최소 '문책경고' 이상의 징계를 받게 될 전망이다. 당국으로부터 문책경고를 받으면 향후 3년 간 금융기관의 임원으로 취업할 수 없게 된다.



국민은행은 2008년 9300억 원을 들여 BCC 지분 41.9%를 4차례에 걸쳐 취득했다. 해외 진출 목적이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BCC 주가가 폭락했다. 부동산 대출에 대한 대규모 충당금 적립 등 부실이 커진 탓이다. 지금까지 손실액은 약 47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은행은 투자를 강행했고, 수천억 원의 손실을 입었다. 금감원은 강 전 행장이 투자결정 과정은 물론 이후에 벌어진 중대 사안을 이사회에 허위보고 했거나 누락했다고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손실규모는 회계처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리 볼 수 있는 문제"라면서도 "하지만 이사회를 기망한 것은 적당히 넘어갈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해 중징계를 통보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인수·합병(M&A)을 하면서 피인수 기업에 추가 부실이 발생하면 인수가격을 낮추거나, 계약을 파기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강 전 행장은 이 사실을 이사회에 허위보고하거나 누락하며 투자를 강행했고, 결국 은행에 큰 손실을 입혔다는 설명이다.

예컨대 카자흐스탄 감독당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BCC에 대규모 충당금을 쌓으라고 지시했다. 국민은행은 대주주로서 충당금 적립 동의서를 받았지만, 강 전 행장은 이 사실을 이사회에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



지난해 5월 10억 달러 규모의 커버드본드를 발행한 것도 문제가 됐다. 당시 국민은행은 아시아 최초로 발행에 성공했다고 선전했지만, 고비용 논란에 휩싸였다. 환율 과 이자율 위험 등을 회피하기 위한 스왑비용으로 스왑 공급은행인 HSBC와 ING에 950억 원을 지급했다. 그런데 고정 이자 외에 들어간 헤지 비용이 너무 컸다는 논란이 있었다.

특히 커버드본드 10억 달러 중 절반가량인 5억 달러를 원화로 바꾼 것도 말이 많았다. 원화 유동성 문제가 없었는데 고비용으로 달러를 빌려 원화로 바꾼 것은 비용이 이중으로 들어가는 일이다. 당시 국민은행은 원화로 발행했던 은행채를 갚고 있던 상황이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이 강 전 행장이 커버드본드 발행과 관련 주요 사안을 경영협의회에서 결정한 뒤 이사회에는 제대로 알리지 않는 등 허위보고를 했다고 판단했다"며 "이와 관련해 강 전 행장 뿐 아니라 담당 임원도 중징계를 통보받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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