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안사고 전세얻는 사람 증가..집값 추가하락?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2010.08.05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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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금융公, 7월 전세자금대출 4596억...전년比 27%↑

# 회사원 김일영(가명, 35)씨는 최근 전세로 살던 아파트(85㎡)의 계약기간 만료를 앞두고 주택구입을 고민했다. 은행에서 2억 원 정도 대출을 받으면 좀 더 넓은 아파트로 갈 수 있을 것 같아서다. 금리가 싸 2억을 대출받아도 한달 이자가 100만원 안팎으로 감당할만 한 수준이다.

하지만 그는 이런 생각을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대신 전세로 큰 집을 얻기로 했다. 집값이 하락하고 있는 탓이다. 지금 집을 사면 분명 손해를 볼 것 같았다. 그는 은행에서 5000만 원 가량의 전세자금 대출을 받아 곧 109㎡(34평) 아파트로 이사할 예정이다.



김 씨는 "집값이 계속 떨어질 것 같은 분위기에서 집을 살 필요를 못 느꼈다"며 "대신 낮은 금리로 전세자금 대출을 받아 큰 집으로 이사했는데 아주 만족한다"고 말했다.

집 안사고 전세얻는 사람 증가..집값 추가하락?


집을 사지 않고 전셋집을 구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집값이 하락하고 있어서다. 금리 인상기에 대출이자 부담까지 더해져 이런 분위기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5일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 7월 주택금융공사가 취급하는 전세자금 보증 공급 금액은 4596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977억 원) 늘었다. 7월이 전통적으로 여름철 비수기임을 감안하면 큰 폭의 증가세다.

이 같은 분위기는 올 초부터 나타났다. 지난 1월 3188억이었던 보증 규모는 봄 이사철을 맞아 매월 500∼1000억 원씩 증가, 4월엔 5331억 원을 기록했다. 이후 비수기를 맞아 소폭 하락했지만, 예년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총 공급금액이 4조6756억 원인데, 7월 현재 3조930억 원(67%)을 기록 중이다.

반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은 감소세를 보이는 등 정체된 분위기다. 은행권에서 가장 많은 주택담보대출을 취급하고 있는 KB국민은행의 지난 달 대출 잔액은 72조1351억 원으로 올 초보다 799억 원 줄었다. 다른 은행들은 소폭 증가한 수준이다.


다만 기업은행은 최근 주택금융공사의 'u-보금자리론'을 단독 취급한 덕에 유일하게 큰 폭의 증가세다. 이 상품을 취급하기 전인 5월 대출 잔액이 11조9004억 원이었지만, 7월 말 12조9938억 원으로 늘었다. 두 달 새 1조 원 넘게 증가한 것이다.

이처럼 주택담보대출보다 전세자금 대출에 수요가 몰리는 것은 주택가격이 하락하고 있기 때문으로 폴이된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지역 아파트 가격은 0.5% 빠지는 등 4개월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와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가격 하락, 보금자리주택과 장기전세주택 공급 등으로 관망세가 심화됐는데 아파트 가격을 계속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세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전세 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다. 올 상반기 전국 전세가격은 3.1% 상승했고, 서울은 2.8% 올랐다. 이러다 보니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인 전세가율(매매가격이 떨어지거나, 전세가격이 오르면 비율↑)은 계속 상승하고 있다.

전국의 아파트 전세가율은 55.5%로 3년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울은 1년6개월 연속 상승, 42.3%를 나타냈다. 전세가율이 상승하는 것은 주택시장 침체로 아파트가격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대기 수요자들이 매매에 나서기보다 전세를 찾고 있다는 얘기다.

주택금융 공사 관계자는 "올해 들어 전세자금 규모가 확실히 커졌는데 7월 비수기인데도 이렇게 증가한 것을 보면 그만큼 집을 사지 않고 전세를 구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라며 "당분간 이런 분위기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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