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오스만제국이 동서교역을 틀어쥐고 있었다. 아시아에서는 싼 향신료가 유럽에서는 비싼 값에 거래되고 있었다. 유럽인은 새로운 항로를 찾아야만 했다. 먼저 항해학교를 세웠다. 이 프로젝트를 지휘한 선구자가 포르투갈 엔리케 왕자였다. 그의 선구적인 탐험으로 금과 향신료에 의해 막대한 이익이 굴러들어왔다. 그 결과 불과 150만명 인구의 작은 나라 포르투갈은 대항해 시대 전반의 패자로 등극했다. 이후 차례로 유럽 각국이 다투어 식민지 쟁탈전에 가담했다. 약탈 품목은 향신료를 필두로 식민지의 모든 것이었다.
◇커피는 '21세기 유럽의 향신료'
우선 가격은 참을 만한가. 대표메뉴 '카페라떼' 한 잔의 경우다. 원재료인 에스페라소 14g 분량의 가격은 52원, 수입가로는 190원이다. 로열티 등을 합치면 2800원이 원가다. 3800원 판매가는 결코 싼 가격이 아니다.
그렇다면 품질은 어떤가. 신선한가 여부다. 전문가에 따르면 당연히 갓볶은 게 우수하다. 원두를 갓볶은 후 15일 이내여야 한다. 그래야 좋은 커피향과 나름의 풍미를 맛볼 수 있다. 그런데 스타벅스는 미국에서 볶은 후 수입하는 것이다. 석달, 넉달이 넘는 것이다. 신선한 것일 수 없다. 이렇게 되면 비쌀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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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무역을 해도 원주민은 고생
또 미국 일본 영국 독일보다 비싼 가격이다. 구매력을 기준한다면 독일보다는 무려 4배 이상이다. 그런데도 한국 젊은이들은 스타벅스에 열광한다. 마케팅 전문가 이마스의 김민주 대표는 '핸드백 효과'를 노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다른 것은 못해도 핸드백만큼은 비싼 것을 들어야 자기과시가 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유통과 소비에만 있는 게 아니다. 스타벅스는 에티오피아에서 원두 1㎏을 대략 300원에 구입해서 25만원 정도로 소비자에게 판다. 이쯤 되면 착취다. 이렇게 공정무역과 거리가 먼 방식의 무역에 대한 비판여론이 들끓었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공정무역 수치가 늘어날수록 원주민들은 더 처참해진다.
공정무역으로 값을 더 쳐준다면 원주민들은 식량 재배를 뒤로 한 채 돈이 되는 커피 재배에만 힘을 쏟는다. 커피 재배의 특성상 땅은 7~8년이 지나면 죽은 땅이 된다. 역설적이다. 전세계인이 현재 마시는 양을 대폭 줄이지 않는 이상 악순환의 고리는 절대 끊어지지 않는다. 세계의 공존과 강대국의 식민적 착취는 15세기 이래 풀리지 않는 자본주의의 야누스적인 과제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