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전문직 서비스의 선진화

머니투데이 류병운 홍익대 법대 교수 2010.08.05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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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전문직 서비스의 선진화


기획재정부가 지난해부터 '전문직 서비스 선진화'를 추진, 그 진입장벽을 완화하고 생산성을 향상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일단 범정부 차원의 강력한 의지가 표명된 바 없고 각 직역은 국제화와 경쟁력 강화는 외면한 채 진입장벽 수호와 영역 다툼만 벌이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심각한 '밥그릇 지키기' 예로 한의사의 경우를 보자. 최근 헌법재판소는 한의사 면허가 없는 자에 대해 침과 뜸 시술을 금지한 의료법 조항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동(同) 조항에 대한 위헌의견이 5명으로 합헌의견 4명보다 많았으나 위헌 결정에 필요한 6명에는 1명 모자랐다. 50년 가까이 사실상 침과 뜸을 함께 시술해온 노 침구사들의 경륜에 대한 고려보다는 결국 형식논리적 해석에 근거해 한의사의 손을 들어주었다.



한의사의 직역 사수는 이뿐만이 아니다. 중국 중의학대 졸업자들은 아예 한의사시험 응시자격조차 없다. 한의학이 이제마의 사상(四象)의학체제를 고수하는 점을 근거로 중의학을 배척하는 것이다.

한편 스스로 발목을 잡아 한의학의 외국 진출은 쉽지 않다. 교육과정 절반이 서양의학으로 구성된 중국 중의학대 졸업자는 미국 의사시험에 응시할 수 있으나 국내 한의대 졸업자는 침술사 등 보조의료 자격시험에만 응시할 수 있다. 현재 미국에서 의사로 개업 중인 중의는 많다. 오래 미국 의사의 진료를 받아왔으나 차도가 없던 환자가 혹시나 하고 방문한 중의로부터 치료를 받고 완쾌된 경우도 종종 목격한다. 역으로 국내 한의사들은 독일·미국 양의들의 침술 사용 확대를 못마땅해 한다. 마치 우리 '김치'를 일본이 '기무치'로 팔아먹는 경우처럼 말이다.



변호사도 폐쇄성으로 영세화와 경쟁력 약화를 자초했다. 지금까지 진입규제로 얼마간 독점적 이익이 존재한 덕분에 변호사들은 대개 개인사무실 형태로 송무(訟務)에 치중해왔다. 공무원이나 기업 등에서 일하는 변호사는 전체 3%에도 미치지 못한다. 송무도 형사·민사·가사 등을 가리지 않고 맡다보니 전문성이 떨어진다. 국내 로펌들조차 경쟁력이 약해 법률시장 개방 시 외국로펌으로 바꾸겠다는 주요 기업들이 4분의3이다.

이렇다보니 국내 법률서비스시장의 전체 규모는 미국 초대형 로펌 하나의 매출규모를 조금 상회하는 실정이다. 다양한 법률수요에 맞추어 직역을 확대하고 국제화에 매진하기보다 신규변호사 배출 제한과 변리사, 법무사가 제한적으로 송무에 끼어들려는 것을 막는 데만 급급해온 결과다.

변협이 변리사법 개정시 보다 유리한 입법을 위해 국회법사위 국회의원들에게 후원금을 보내도록 변호사를 독려하고 있다는 지금도 우리 기업들은 국제소송을 걸어오는 '특허괴물'과 산업스파이에 대한 대책에 골몰하고 있다. 세계적 기업들의 투자, 연구·개발, 제조능력이 평준화된 까닭에 한 나라에서 신제품이 하나 출시되면 불과 한두달 내 다른 국가에서 같은 품질의 동종 제품이 출현하는 오늘날 기업의 경쟁력은 국제적 지식재산 관리능력에 크게 좌우될 수밖에 없다. 국내 변호사와 변리사들이 힘을 합쳐도 대처하기 쉽지 않은 문제가 점점 늘어가는 상황이다.


정부는 신속히 우리 전문직서비스를 현재의 공급자 중심 구조에서 수요자, 즉 국민 중심으로 환골탈태해야 한다. 세계화시대에 전문직 서비스의 개방화, 전문화, 대형화는 우리 해당 산업 자체의 고사를 막는 길이기도 하다. 물론 진입장벽 완화는 청년실업이 심각한 지금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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