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수무책' 엔高에 떨고 있는 일본

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 2010.08.05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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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달러, 전후 저점 추락 전망까지

일본 경제가 떨고 있다. 엔화 강세가 심상치 않다.

올해 들어 계속되고 있는 중국의 엔화 자산 매입에 미국의 지표 부진이 겹쳐지며 달러를 상대로 한 엔화 가치가 8개월래 최고로 치솟았다. 엔고는 수출에 치명적이다. 수출이 멈추면 소니, 토요타자동차, 캐논 등 거대 수출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는 경기 회복도 멈춰 설 수밖에 없다.

4일 85.32엔까지 떨어졌던 엔/달러 환율이 5일 86엔대로 반등했지만 한동안 엔화가 달러를 상대로 강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에 이견은 거의 없다. 한발 더 나아가 엔/달러 환율이 전후 저점인 1995년 4월의 79.75엔에 근접하며 80엔대를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는 애널리스트들이 있을 정도다.



엔고는 기업은 물론 일본 정부도 기운 빠지게 하고 있다. 엔고가 8개월 고점을 찍은 4일 노다 요시히코 재무상은 엔화 환율을 보다 주시하겠다고 말했지만 환율개입 외 뾰족수는 없다. 강세의 원인이 일본 밖에 있는 때문이다.

◇ 엔高는 中·美 합작품



달러를 상대로 한 엔화 가치 상승은 지난 5월 이후 한층 빨라졌다. 당시 일본 정부는 중국이 올해 들어 일본 국채 매입을 크게 늘렸다고 전했고 중국의 엔화 자산 매입 소식이 기폭제가 돼 5월 이후 엔화 가치는 8.7% 올랐다.

일본 정부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1~5월 일본 국채 매입에 1조2700억엔을 투입했다. 이는 지난해 연간 매입 규모를 웃돈다. 세계 최대 외환보유국인 중국의 일본 국채 투자 확대 소식이 전해지자 개인 투자자들의 일본 국채 수요도 증가했고 덩달아 엔화 가치도 상승했다. 일본 정부의 발표가 오히려 독이 된 셈이다.

노무라증권 싱가포르 지점의 외환 전략 책임자 사이먼 플린트는 5일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중국 등 글로벌 투자자들이 지난 수년간 포트폴리오에서 엔화 자산을 대부분 덜어냈기 때문에 다시 엔화에 집중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엔화 집중은 엔화 추가 강세로 직결된다.


◇ 문제는 속수무책..

현재 추세로 본다면 엔화 강세는 미국의 경제성장이 안정적인 회복세에 접어들기 전까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경제 지표들이 기대에 밑돌면서 연방 준비제도이사회(FRB)가 양적 완화정책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데다 미국과 일본간의 금리 차가 수년래 최저 수준에 머문 탓에 투자자들이 엔화보다 달러를 선호할 이유도 거의 없는 상황이다.

일본 정부가 동원 가능한 엔 강세 억제책은 일본은행(BoJ)을 통한 추가 양적 완화 조치가 고작이다. 그러나 이마저 미국의 기준금리가 제로 수준에 머물러 있는 탓에 효과가 제한적이다. 일본은행은 지난해 12월에도 추가 완화 조치를 통한 엔화 약세 반전을 시도했지만 외환시장의 반응은 미미한 수준이었다.

엔화를 팔고 달러를 사들이는 직접 개입의 방법이 있긴 하지만 일본 정부는 이에 매우 소극적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 2004년 이후 단 한차례도 외환시장에 직접 개입하지 않았다. 글로벌 시장이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는 탓에 적절한 중재 타이밍을 잡기도 어렵다.

미국 정부의 위안화 절상 요구처럼 외교적 수단을 동원해 엔화 절하를 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약달러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미국이 이에 응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더구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15년까지 수출을 지금의 2배로 늘린다는 목표 하에 달러 약세를 지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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