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행 PB들도 편하지 못하다. 요즘 들어 부쩍 늘어난 해외 펀드 환매 요청에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한다. "고객들도 기다림의 한계를 느낀 것 같습니다. '언젠가는 오르겠지···' 하면서 기다린 시간이 벌썬 3년이라서, 차마 고객들 앞에서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는 말이 입에서 떨어지지 않네요···"(한 은행 PB센터장).
4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3일 현재 해외주식형펀드의 최근 3년 수익률은 -15.10%, 2년 수익률은 -7.65%를 기록하고 있다. 연초 이후 수익률은 -1.26%로 여전히 손해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반면 국내주식형 펀드의 최근 3년과 2년 수익률은 각각 4.36%와 21.31%에 이르고 있다. 같은 기간 코스피 등락률은 각각 -3.82%와 13.25%였다. 3년 동안 정기예금에 가입했더라도 이자는 15%에 이르렀을 것이다. 원금을 손해보고 있는 해외펀드 투자자들의 절대적 고통은 물론 상대적 박탈감이 얼마나 클지 짐작할 수 있다.
게다가 원금회복에 대한 희망마저 불투명하다. 3년 동안 기다리던 해외펀드투자자들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손실을 감수하면서 환매에 나서고 있는 이유다. 한 시중은행 PB는 "2007년 말과 2008년 초에 가입한 고객들을 중심으로 환매를 택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며 "하루하루 환매금액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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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한달 동안만 해외주식형펀드에서는 8872억 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환매규모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5월과 6월 한 달 동안 각각 2503억원, 5375억 원의 자금이 환매됐다.
한 시중은행 PB는 "하루 이틀 본 고객들도 아닌데 차마 조금만 더 기다려보라고 말할 수가 없다"며 "앞으로 얼마를 더 기다려야 수익을 볼 수 있을지 예견을 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수익은 둘째치고서라도 원금 회복 시점도 가늠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해외펀드에 대한 비과세 시한이 연말로 다가오는 점도 고객입장에서는 부담이다. 올해까지는 원금이 손실된 해외펀드는 과세가 되지 않지만 내년부터는 원금손실이 나더라도 세금을 내야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펀드를 환매했다고 하더라도 환매대금이 다시 은행으로 예치된다는 보장도 없어 PB들의 마음은 더욱 답답하다. 그는 "기왕 투자를 한다면 은행보다는 증권사를 통해 하겠다는 고객들이 늘고 있는 추세"라며 "증권사가 투자자문사의 자문을 받아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자문형 랩으로 옮겨가는 고객들이 많아지고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