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중은행 PB(프라이빗 뱅커)센터장은 요즘 고객들의 해외펀드 환매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며 이같이 토로했다. 실적을 생각하면 환매를 막아야 하면서도 막대한 손해를 본 고객의 손을 막무가내로 붙잡을 수 없는 현실에 처한 PB들이 고민에 빠진 것.
2007년 중국 펀드 열풍이 한창이던 때에 가입했던 고객들은 원금을 회복하기는커녕 최소 10%이상의 마이너스 수익률을 감수하고 있다. 중국펀드는 최근 3년, 2년 수익률이 각각 -16.29%, -.9.8%를 기록하고 있다.
현재 중국을 비롯해 러시아, 남미 등 다른 해외펀드도 마이너스를 이겨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 펀드의 경우 최근 3년 수익률이 -44.37%다. PB고객들은 대부분 한 종류 이상의 해외 펀드에 가입하고 있다.
해외펀드에 대한 비과세 시한이 연말로 다가오는 점도 고객입장에서는 부담이다. 올해까지는 원금이 손실된 해외펀드는 과세가 되지 않지만 내년부터는 원금손실이 나더라도 세금을 내야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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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펀드 수익률은 뚝뚝 떨어지고 하루가 다르게 환매 요청이 늘어나자 PB들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실적을 생각하면 환매를 하지 말고 더 기다려보라며 고객을 설득해야 하지만, 펀드 수익률을 들여다보면 환매 요청을 마냥 막을 수만도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PB는 "하루 이틀 본 고객들도 아닌데 차마 조금만 더 기다려보라고 말할 수가 없다"며 "앞으로 얼마를 더 기다려야 수익을 볼 수 있을지 예견을 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수익은 둘째치고서라도 원금 회복 시점도 가늠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펀드를 환매했다고 하더라도 환매대금이 다시 은행으로 예치된다는 보장도 없어 PB들의 마음은 더욱 답답하다. 그는 "기왕 투자를 한다면 은행보다는 증권사를 통해 하겠다는 고객들이 늘고 있는 추세"라며 "증권사가 투자자문사의 자문을 받아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자문형랩으로 옮겨가는 고객들이 많아지고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