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참고서 시장 'EBS 독점'

머니투데이 최중혁 기자 2010.08.03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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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점유율 85~90%"…'고사 직전' 중소업체 폐업설 시달려

수능 참고서 시장이 EBS 독점 구조로 재편되면서 중소 출판업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3일 EBS와 출판업계에 따르면 올해 EBS 출판 부문 매출액은 정부의 '수능-EBS 연계' 방침에 힘입어 연초 예상한 연간 매출액 1200억원을 훌쩍 넘어 16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지난해 매출액(712억원)을 두 배 넘게 뛰어넘는 규모다.

EBS 교재 매출이 급증한 것은 정부 영향이 크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3월 사교육비 경감 차원에서 올해 수능 문제를 EBS 강의·교재와 70%까지 연계해 출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덕분에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EBS 판매량은 두 배 이상 늘어난 반면 다른 수능 교재의 판매량은 급감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고등부 출판 부문에서 EBS 교재의 시장점유율은 85~90%에 달한다"며 "전체 시장 규모가 2000억원 정도 되는데 EBS가 1600억원을 가져가면 나머지 출판사들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축적된 노하우와 컨텐츠로 수능 참고서 시장에 두각을 나타냈던 D사, J사, S사 등은 폐업설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어 교재를 주로 출판하는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수능-EBS 연계 방침을 밝힌 이후 고3 참고서 시장은 사실상 없어졌다고 보면 된다"며 "최근에는 EBS가 교재값까지 내려 경쟁 의욕이 완전히 사라진 상태"라고 토로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EBS는 지난 13일 수능교재 가격을 10% 낮춰 시중 교재 가격의 58% 선으로 공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참고서 매출 부진은 메가스터디 (11,230원 ▼40 -0.35%) 등 대형 사교육업체들도 마찬가지로 겪고 있다. 손은진 메가스터디 전무는 "자회사인 메가북스의 상반기 매출액이 지난해의 90% 수준으로 파악됐다"며 "하반기에는 타격이 더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초·중·고 교재 출판이 주력 사업인 비상교육 (5,000원 ▼30 -0.60%)은 수능 교재 매출액을 아예 공개하지 않고 있다. 비상교육 관계자는 "EBS 영향이 있는 건 분명하지만 매출액 타격이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경우 정부에 밉보일 것 같아 구체적인 매출을 공개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매출액 공개를 꺼리는 것은 EBS도 마찬가지다. EBS 관계자는 "반품량에 따라 매출 변동폭이 매우 크기 때문에 집계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그 동안 EBS가 교재 장사에 몰두한다는 비판이 많았는데 이제는 아예 시장을 독점하다보니 매출액 공개 자체가 부담스러워진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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