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 생명 불어넣던 탯줄이 있던 그 자리

머니투데이 양구(강원)=최병일 기자 2010.08.05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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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 정중앙' 양구 생태여행]


- 금강산 가는길, 두타연등 천혜환경 보존
- 잉어낚시·직연폭포·파서탕 가족 여행지


▲화채모습을 닮은 펀치볼의 모습▲화채모습을 닮은 펀치볼의 모습


우리 국토의 정중앙. 남과 북을 아울러 가운데 방점을 찍는 곳(배꼽)에 위치한 강원도 양구는 사실 관광지로 조명을 받아본 적이 거의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지역의 상당부분이 군사보호지역으로 묶여 있었을 뿐만 아니라 가는 길도 험난해서 편한 것에 익숙해진 현대인의 구미를 충족시켜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구는 숨겨진 보석이다. 굽이굽이 이어진 길목마다 우리의 눈을 환하게 하는 절경들이 연속해서 이어진다.



▲멸종위기 산양의 모습▲멸종위기 산양의 모습
자연생태환경이 이곳처럼 잘 보존된 곳도 드물다. 계곡으로 흐르는 옥색 물줄기 밑으로 열목어가 살고 있고 개느삼과 금강초롱, 솜다리(에델바이스)가 자생하고 있다. 백로가 서식하고 독수리도 볼 수 있다. 멸종위기에 있는 산양이 뛰어노는 곳이 바로 양구다.

이제는 세계적인 미술가로 추앙받고 있는 고(故) 박수근 화백의 작품들이 오롯이 모여 있는 미술관이 들어서면 질박하면서도 환상적인 세계에 빠져들 수도 있다. 한국전을 경험했던 노인들은 이곳에 들르면 빠지지 않고 펀치 볼을 찾으며 처절했던 전쟁 시기를 회고하곤 한다.



강태공들이 제일로 손꼽는 곳도 양구다. 양구의 파로호에는 아직도 팔뚝만한 잉어가 잡혀 꾼들에게 희열을 안겨준다. 질박하지만 풋풋한 사람들의 인정이 목마를 때 자연다운 자연을 느끼고 싶을 때 주저하지 말고 양구로 발길을 돌려보라.

▲두타연의 여름 ▲두타연의 여름
◆두타연 - 열목어를 볼 수 있는 마지막 남은 보고
금강산 가는 길목에 있는 두타연은 민간통제선 이북에 위치해 출입이 자유롭지 못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구여행에 첫머리에 올리는 것은 양구가 갖고 있는 청정한 이미지를 웅변으로 대변해주는 곳이기 때문이다. 양구군 방산면 건솔리에 자리잡은 두타연은 생태계의 원형을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다.

양구읍에서 북쪽으로 20km 이상을 거슬러 올라가면 비포장 길이 나오고 또다시 6km 정도를 올라가야 두타연 계곡에 이를 수 있다. 금강산에서부터 흘러내려온 물이 남쪽의 물과 합해 자연스럽게 통일을 이룬 이곳은 국내에 몇 안남은 천혜의 비경이다.


짙푸른 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선 계곡 가운데로 바닥까지 훤하게 보이는 물줄기가 내려와서 여울과 소를 이루고 그 물결을 따라 가다 보면 두타연이 펼쳐진다.

높이 20m 정도의 큰 바위에서 힘차게 떨어지는 폭포물이 거대한 소를 이루는 곳. 굉음이 천지를 진동하고 한낮에도 안개가 자욱하여 시계를 흐리게 한다. 이 폭포 바로 아래에 있는 두타연은 20m의 바위가 병풍을 두른 듯 하고 동쪽 암벽에는 10㎡ 정도의 굴이 있는데 바닥에는 머리빗과 말(馬)구박이 반석 위에 찍혀 있다.

1000년 전 두타사란 절이 있었다는데서 연유된 이름이다. 두타연 생태탐방코스는 2003년 6월1일부터 개방돼 3일 전에 출입신청을 하면 관할 군부대의 승인을 받아 출입할 수 있다.

양구의 또 다른 비경은 바로 광치계곡. 광치계곡은 대암산 줄기를 타고 자리 잡은 광치령 밑에 위치하고 있다. 쪼그리고 앉는 사람의 다리처럼 생긴 바위 틈 사이로 맑은 물이 떨어져 내리는 옹녀 폭포를 비롯해 계곡 굽이굽이마다 바위와 물이 다채롭게 어우러지는 진풍경을 간직하고 있다.

2시간 정도면 오를 수 있는 옹녀 폭포로 가는 길에는 금낭화, 초롱꽃, 마타리, 말나리 등 여름 야생화들이 화사한 모습으로 사람을 반긴다.

휴전선 안쪽에서 발원하여 35km를 돌고 돌아 파로호로 들어가는 수입천은 어름치, 열목어, 버들치 등 1급수에서만 사는 민물고기들이 뛰노는 아름답고 맑은 물길이다.

물살이 완만하고 깊지 않아 가족 단위 피서지로 적합하고, 크게 알려지지 않은 탓에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아 캠핑을 하면서 견지낚시, 어항놓기 등으로 민물고기를 잡는 천렵을 즐기며 조용히 휴식을 취하기 좋다.

▲수입천에서 견지낚시 하는 모습 ▲수입천에서 견지낚시 하는 모습
◆파로호 습지에 솟은 한반도섬 & 정중앙 조형물
양구읍을 가로지르는 서천과 파로호 만나는 대규모 습지(163만㎡)에는 제주도, 울릉도, 독도까지 있는 우리나라 모양의 인공 섬인 한반도 섬(4만2000㎡)이 솟아 있다.

현실에서는 마음대로 갈 수 없는 한반도의 북쪽도 한반도 섬에서라면 누구나 쉽게 오갈 수 있다. 한반도 형태의 섬을 제대로 조망하자면 파로호 주변의 산에 올라야 한다.

가장 좋은 곳은 사명산 활공장으로 승용차를 이용해 누구나 쉽게 올라갈 수 있으며 한반도 섬에서 대략 15분 정도 소요된다. 사명산 활공장 맞은편에 있는 비봉산 전망대에서도 한반도 섬을 볼 수 있으나 비봉산 전망대는 40~50분 정도의 산행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동쪽 끝은 울릉군 독도, 서쪽 끝과 북쪽 끝은 북한에 있는 용천군 마안도와 온성군 유포면이고 남쪽 끝은 서귀포시 마라도다.

동서남북의 끝을 기준으로 경도와 위도의 중앙을 교차시키면 바로 국토의 정 중앙점을 알 수 있는데 그 곳이 바로 양구군 남면 도촌리 산 48번지다. 국토정중앙점에는 상징조형물인 '휘모리'가 있다.

▲직소폭포▲직소폭포
◆15m 아래 파란 물속으로 직연 폭포 다이빙
양구군 방산면 장평리 수입천 변에 자리한 물줄기가 곧바로 떨어진다 하여 '직연'이라 불리게 됐고 주위에 크고 작은 암벽이 많아 넓직한 암반 위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폭포의 높이는 대략 15m 정도 되고 물줄기 주변으로 암벽이 병풍처럼 둘러져 있다.

한 여름이면 폭포 아래쪽에 위치한 커다란 암벽 위에서 물 속으로 뛰어 드는 청소년들의 즐거운 비명을 들을 수 있다. 용기있는 사람들을 위해 짜릿한 스릴을 제공하는 직연폭포는 주변 경관이 수려하고 모래로 이뤄진 잔잔한 물길이 많아 어린 아이를 동반한 가족들이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기 좋은 곳이다.

파서탕은 수입천이 파로호로 들어가기 전에 잠시 휴식을 취하는 자그마한 소이다. 파서탕은 물론 파서탕에 이르기까지 계곡을 돌아 돌아 흐르는 물길이 참 아름다운 곳으로 훼손되지 않은 맑고 깨끗한 자연을 담으려는 사진작가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구불구불 수입천을 따라 이어지는 작은 길도 나름대로 운치가 넘치고 이 길을 천천히 진행하며 아름답게 펼쳐진 자연경관을 감상하는 것도 쏠쏠한 재미가 있다. 가다가 지치면 차에서 잠시 내려 하천변 암반 위에 앉아 자연인이 돼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야영하기에 적합한 곳도 많으니 한적한 곳에서 자연을 벗 삼아 하룻밤 묵어가는 것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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