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40년 관계..공은 현대그룹에

머니투데이 신수영 기자 2010.08.02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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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여년을 가까이서 지켜봤는데…"

현대그룹과 갈등을 빚고 있는 외환은행 담당자들은 요즘 이 말을 입에 달고 산다. 현대그룹이 자신들의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을 위시한 채권단이 그룹과 해운사의 사정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토로하는데 대한 항변이다.

외환은행은 1967년 한국은행에서 분리될 때부터 수출비중이 높은 현대건설 등 현대그룹 계열사들과 주로 거래해왔다. 현대상선의 전신인 아세아상선이 설립될 때(1976년)부터의 관계만 따져 봐도 30년이 넘는다.



하지만 최근 현대그룹과 채권단의 갈등은 40년 관계가 무색할 지경이다. 채권은행들은 재무구조 개선 약정(MOU) 체결을 거부하는 현대그룹에 대해 만기가 돌아온 여신을 회수키로 하는 추가 조치를 취했다.

현대그룹은 주채권 은행 변경과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 (19,930원 ▲240 +1.22%) 업황이 좋아진 올 상반기를 기준으로 한 재평가 등을 요구하며 물러서지 않고 있다. 법정소송도 불사할 기세다.



금융계와 산업계 모두 이번 사건의 파장을 주목한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현대그룹을 예외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재무구조개선 제도는 외환위기(IMF) 직후인 1998년 부실우려가 있는 대기업 그룹의 경영을 선제적으로 정상화하기 위한 취지로 마련됐다.

워크아웃이 입원, 기업회생절차가 중환자실 집중관리라면 재무구조개선은 건강검진 정도라는 게 금융권과 당국의 판단이다.

그렇다면 약정 체결이 현대건설의 주장처럼 신규투자 등의 길을 막으며 기업을 고사 위기에 몰아넣을까. 지난해 11월 MOU를 맺은 한진그룹을 보면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대한한공이 지난해 말 항공기 5대를 신규 도입하는 등 영업력을 높이고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투자는 지속된 것으로 보인다. 조달금리 상승 등의 문제도 MOU 체결보다는 재무상태가 안 좋은 데 따른 결과라는 게 금융권의 반론이다.


이번 사태를 두고 금융당국의 경직된 기준, 채권단과 기업 간 소통부재, 현대그룹의 아집 등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현대그룹이 완강하게 버티는 진짜 이유는 다른 데(현대건설 인수) 있다는 중론이다.

분명한 것은 시간을 끌면 끌수록 양측 모두 흠집만 날 뿐이라는 점이다. 이미 채권은행들은 MOU 체결과 현대건설 인수 참여가 별개의 문제라는 점을 밝혔다. 사태 해결의 단초를 제시한 셈이다. 이제 공은 현대그룹으로 넘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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