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과 갈등을 빚고 있는 외환은행 담당자들은 요즘 이 말을 입에 달고 산다. 현대그룹이 자신들의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을 위시한 채권단이 그룹과 해운사의 사정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토로하는데 대한 항변이다.
외환은행은 1967년 한국은행에서 분리될 때부터 수출비중이 높은 현대건설 등 현대그룹 계열사들과 주로 거래해왔다. 현대상선의 전신인 아세아상선이 설립될 때(1976년)부터의 관계만 따져 봐도 30년이 넘는다.
현대그룹은 주채권 은행 변경과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 (19,930원 ▲240 +1.22%) 업황이 좋아진 올 상반기를 기준으로 한 재평가 등을 요구하며 물러서지 않고 있다. 법정소송도 불사할 기세다.
워크아웃이 입원, 기업회생절차가 중환자실 집중관리라면 재무구조개선은 건강검진 정도라는 게 금융권과 당국의 판단이다.
그렇다면 약정 체결이 현대건설의 주장처럼 신규투자 등의 길을 막으며 기업을 고사 위기에 몰아넣을까. 지난해 11월 MOU를 맺은 한진그룹을 보면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대한한공이 지난해 말 항공기 5대를 신규 도입하는 등 영업력을 높이고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투자는 지속된 것으로 보인다. 조달금리 상승 등의 문제도 MOU 체결보다는 재무상태가 안 좋은 데 따른 결과라는 게 금융권의 반론이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이번 사태를 두고 금융당국의 경직된 기준, 채권단과 기업 간 소통부재, 현대그룹의 아집 등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현대그룹이 완강하게 버티는 진짜 이유는 다른 데(현대건설 인수) 있다는 중론이다.
분명한 것은 시간을 끌면 끌수록 양측 모두 흠집만 날 뿐이라는 점이다. 이미 채권은행들은 MOU 체결과 현대건설 인수 참여가 별개의 문제라는 점을 밝혔다. 사태 해결의 단초를 제시한 셈이다. 이제 공은 현대그룹으로 넘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