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피탈社, 금리 내리는데도 논란 가열

머니투데이 오수현 기자 2010.08.01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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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피탈사들이 개인 신용대출 금리를 속속 인하하고 있지만, 논란은 끊이질 않고 있다. 서민들에게 지나치게 높은 금리를 부과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지만,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금융기관들이 대출금리를 대폭 인하하는 것은 시장원리에 적합치 않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자를 끌어내리기 위해선 규제완화 등 보다 근본적인 해법이 제시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캐피탈과 롯데캐피탈은 이날부터 개인 신용대출 최고 금리를 5%포인트 내렸다. 현대캐피탈이 연 39.99%에서 34.99%로, 롯데캐피탈은 39.99%에서 34.90%로 인하했다. 취급수수료도 나란히 폐지하기로 했다. 현대캐피탈과 롯데캐피탈의 취급수수료는 각각 최고 3.5%, 2%에 달했다.



앞서 하나캐피탈도 지난주 개인 신용대출 최고 금리를 기존 연 36%에서 29%로 7%포인트 인하했다. 아울러 연 26% 수준인 신용대출 평균금리도 20%대 초반 수준으로 내릴 계획이다. IBK캐피탈도 이번주 중 금리인하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금리 인하의 단초는 이명박 대통령이 지시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22일 서울 화곡동 '포스코 미소금융' 지점을 방문해 〃대기업이 하는 캐피탈에서 연 40~50% 이자를 받는 게 (사리에) 맞느냐〃며 강하게 질타했다. 이후 캐피탈사들이 금리를 내리면서 서민들의 이자 부담은 줄게 됐지만 논란은 더욱 확대되는 양상이다.



우선 대통령 발언 후 캐피탈사들이 금리를 5~7%포인트씩 대폭 내리자, 금리인하 여지가 상당했는데도 그동안 고금리 장사를 해왔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대출원가에 비해 지나치게 대출금리를 높게 책정해 왔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캐피탈, 신용카드 등 여신금융기관의 조달금리는 3.78%(신용등급 AA0, 1년 만기)다. 캐피탈사들의 개인신용대출 대손율(빌려간 돈을 갚지 않는 비율)이 5~8%라는 점을 감안해도, 연 20%대 후반에서 형성된 평균 대출금리는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다.

금융권은 그러나 시장원리에 근거하지 않고 여론에 떠밀려 금리를 내리는 것은 장기적 관점에서 서민경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금리인하는 결국 대출심사 강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서민들의 돈 빌리기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출금리를 대폭 인하하면 금융기관들은 대출심사를 강화하고 대출한도로 축소할 수밖에 없다〃며 〃결국 이제까지 캐피탈에서 돈을 빌릴 수 있었던 서민들이 대부업체나 사채시장으로 내몰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같은 인위적 금리인하가 장기적 관점에서 캐피탈사들의 자산부실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캐피탈사들의 이익에서 신용대출 이자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인 탓이다. 전체 캐피탈사들의 할부금융 대출액에서 자동차할부금융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말 현재 89%로 쏠림현상이 심화돼 있다. 이 때문에 자동차 제조업체를 관계사로 두거나 독점 계약을 맺은 캐피탈사를 제외하곤 본업인 할부금융 영업에서 이익을 내는 경우가 드물다. 이 같은 기형적 시장구조로 신용대출 영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단시간에 금리를 크게 내리면 부작용이 상당하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용카드와 저축은행들까지 자동차 할부금융에 뛰어들면서 금리는 낮아지고 자동차 판매딜러에게 지급되는 수수료는 상승하는 추세〃라며 〃캐피탈사들이 취급할 수 있는 부수업무도 제한돼 있어 영업다변화를 꾀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이익 기여도가 높은 신용대출의 금리를 대폭 인하하면 장기적으로 캐피탈사들의 자산이 부실화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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