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무더기 징계, 국민銀 무슨일 있었기에…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김지민 기자 2010.07.29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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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원 전 국민은행장을 비롯해 100여 명에 달하는 KB국민은행 임·직원이 감독당국으로부터 징계통보를 받은 것은 종합검사에서 해외 투자는 물론 각종 리스크 관리 등에 중대한 허점이 발견된 탓이다. 강 전 행장 재임 시절 국민은행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기에 이 처럼 초강도 제재 사태가 벌어졌을까.

국민은행은 2008년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BCC)지분 41.9%를 인수하며 8000억 원 가량을 투자했다. 그런데 BCC 인수 뒤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 탓에 주가가 폭락했다. 지금까지 수천억 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검사의 초점은 투자 결정 과정과 손실로 모아졌다. 당시 카자흐스탄에 대한 시장 전망이 밝지 않았는데 국민은행이 거액을 들여 투자에 나선 배경에 대한 검사가 이뤄졌다. 투자의사 결정과정은 물론 이사회 보고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집중 점검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5월 국내 최초로 10억 달러 규모의 구조화 커버드본드를 발행했다. 커버드본드는 각종 대출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발행하는 채권으로 다른 채권보다 발행 비용이 많이 든다. 이 과정에서 과도한 수수료를 내고 커버드본드를 발행해 회사 측에 손해를 입혔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금감원은 1000억 원에 가까운 스왑비용이 적절했는지 여부와 회계 상 문제점이 없었는지 등에 대해 집중 조사를 벌였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이 BCC 투자와 커버드본드 발행에 대해서는 문제가 심각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이번 중징계 통보대상에 해당 업무와 관련된 전·현직 임원이 포함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또 연초 대차대조표 상의 주요 재무 계수와 전산 원장 수치를 불일치한 상태로 수년간 방치했다 금감원 검사에 적발됐다. 은행의 혈맥이라 할 수 있는 전산시스템을 허술하게 관리해 온 것으로 시스템 리스크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난이 일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선 '100조원 대 분식설' '파생상품 손실설' 등의 근거 없는 루머가 떠돌아 국민은행은 또 한 번 홍역을 치렀다.

금감원 검사 기간 중 수검일지가 유출되는 초유의 일도 벌어졌다. 강 전 행장의 회장직 도전 실패에 따른 관치논란이 일었던 때다. 노조가 정치권에 수검일지를 전달하는 등 국민은행과 금감원의 감정 대립이 절정에 달했다. 국민은행은 전략담당 부장을 문책하는 선에서 일을 마무리 지었다.


2007년에는 강 전 행장이 계열사인 KB창투를 통해 투자한 영화 '어머니는 죽지 않는다'가 도마에 올랐다. 당시 국민은행은 15억 원을 3회에 걸쳐 투자했다 손실을 봤다. 그런데 투자 당시 실무자들의 반대가 적잖았다.

하지만 투자가 강행 돼 뒷말이 무성했다. 국민은행 노조는 "강 행장이 실무진의 반대에도 불구, 투자를 압박했고 표도 대량으로 사들였다"고 주장하며 배임 행위에 대한 법적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 금감원은 영화 투자에 대해 검사했지만, 이번 징계 대상에서는 이와 관련된 임직원이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에는 '사외이사 의혹'도 불거졌다. 일부 사외이사와 국민은행 간 용역 거래를 놓고 두고서다. 국민은행 사외이사가 대표로 있는 업체가 국민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았고, 또 다른 사외이사가 대표로 있는 업체가 국민은행에 IT 용역 서비스를 공급한 것이 문제가 됐다. 이에 대해 감독 당국이 검사를 벌였지만, 혐의 없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강 전 행장이 지난해 회장 선임과 수검 과정에서 당국과 상당한 마찰을 빚은 것도 강도 높은 징계 요인으로 작용한 것 같다"며 "그간 벌어진 각종 사건과 제기된 의혹에 대해 금감원이 상당한 법 위반 요인을 찾아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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