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총리는 이 날 오후 3시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통합브리핑룸에서 '국민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담화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정 총리는 지난 10개월간의 무거운 짐을 벗어버린 듯 다소 상기된 표정과 함께 담담한 목소리로 담화문을 읽어 내려갔다.
당초 이번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이 완승을 거둠에 따라 정 총리의 유임 가능성도 높아졌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었기 때문에 정 총리의 이 날 사의 표명은 더욱 의외다. 그러나 정 총리는 오히려 재보선에 승리한 지금을 총리 사퇴에 따른 이 대통령의 부담을 덜 수 있는 시점으로 판단해 사의를 공식화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6.2 지방선거의 여권 참패 이후 재보선까지 약 2달 동안 총리 부재에 따른 행정공백을 막고 이 대통령에게 후임 총리 인선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임기 중 소회와 관련해서는 "당초 생각했던 일들을 이뤄내기에 10개월이라는 시간은 너무 짧았고 우리나라의 정치지형은 너무 험난했다"고 말했다. 취임 초반부터 거듭된 '말실수'와 세종시 수정안 추진으로 인해 거센 정치공세에 시달린 정 총리는 수차례 "여의도의 언어, 광화문의 언어에 익숙하지 못했다"며 현실 정치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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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걸었던 세종시 수정안의 폐기에 대한 아쉬움도 밝혔다. 정 총리는 "세종시 수정안을 관철하지 못한 점은 개인적인 아쉬움의 차원을 넘어 장차 도래할 국력의 낭비와 혼란을 방지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을 불러일으킨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임기 내내 강한 애착을 보였던 교육개혁 정책인 '3화정책'과 최근 주력했던 '대·중소기업 상생 협력 정책에 대한 강한 아쉬움도 표현했다.
다만 정 총리는 용산참사 문제 해결을 언급, "가장 보람된 일이었다"라고 덧붙였다. 정 총리는 취임 직후 난제였던 용산참사 현장을 찾아 조문하고 직접 유족들과 얘기를 나누며 지난해 말 극적인 협상 타결을 이끌어냈다.
정 총리는 담화문 발표를 마친 뒤 엷은 미소와 함께 "고생하셨습니다"라고 말하며 몇몇 기자들과 악수를 나눴다. 정 총리는 10개월 동안의 임기를 소회하는 담화문을 10여분 동안 발표한 뒤 브리핑룸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