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그들은 투표율만 생각했지만…

머니투데이 양영권 기자 2010.07.29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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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그들은 투표율만 생각했지만…


"은평을은 이겼고…, 민주당의 압승이다."

지난 28일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투표 종료 직후 민주당 고위 관계자가 취재진에게 한 말이다. 그는 예상보다 크게 높은 34.1%의 투표율에 고무돼 있었다. 은근히 8개 지역구 전체에서의 승리도 기대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흐뭇함과 만족스러움이 교차한 그의 표정이 바뀌는 데는 채 2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서울 은평을에서는 개표 내내 민주당 후보가 한나라당 후보에 큰 폭으로 뒤졌다. 초반 우세를 보이던 강원 철원·화천·인제·양구까지 막판에 전세가 뒤집혔다.



대다수 지역에서 민주당 후보들은 여론조사 때보다 못한 실망스러운 성적을 거뒀다. 투표율이 높으면 20∼30대 지지층이 두꺼운 민주당에 유리하다는 통설은 산산이 부서졌다.

민주당의 재·보선 참패는 민심을 속단한 오만한 공천 때문이라는 지적에 이견이 없다. 후보의 됨됨이에 상관없이 투표율만 높으면 무조건 자기 당에 유리할 것이라는 착각도 일종의 '오만'에 속한다.



실제로 민주당은 공천 과정에서 국민의 지지를 얻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정당의 행위라고 도저히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난맥상을 보였다.

서울 은평을 지역에서는 공정한 후보 공천을 책임져야 할 위치에 있던 최고위원들이 스스로 공천 경쟁에 나섰다. 그 결과 참신성 면에서 돋보이던 신경민 MBC 논설위원은 망신만 톡톡히 당했다. 당 안팎에서는 "장상 최고위원이 끝까지 고집을 피워 신 위원이 손을 든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민주당의 '텃밭'으로 인식됐던 인천 계양을의 패배는 더욱 뼈아프다. 이 지역은 송영길 인천시장과 정세균 대표가 공청권을 놓고 싸운 끝에 양 측이 내세운 인물 대신 인천에 전혀 연고가 없는 제3의 인물에게 공천이 돌아갔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지도부의 공천 다툼과 최고위원들의 공천 나눠먹기가 선거 패배를 불렀다"며 "오히려 이번에 이렇게 참패한 게 민주당으로서는 다행"이라는 자조 섞인 말을 털어놨다.

민주당은 선거기간 내내 정권심판론을 외쳤지만 유권자들은 민주당을 심판했다. 민주당은 정권의 실정만 봤지만 유권자들은 후보자의 됨됨이를 봤다. 민주당은 투표율에만 관심이 있었지만 유권자들은 공당의 자세에 주의를 기울였다.

한나라당은 6.2 지방선거의 패배를 교훈삼아 한없이 낮아졌고, 이번 선거에서 승리했다. 이제 민주당이 낮아져 국민과 눈을 맞출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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