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교민 선교사에게 자금을 지원한 혐의로 최근 리비아 당국에 구금된 교민 농장주 전모(58)씨에게 리비아 당국이 "이는 리비아와 한국 간의 ‘싸움(Fighting)’"이라고 말했다고 전씨 가족이 28일 전했다.
전씨의 외조카인 장모(43·국내 거주)씨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외숙모(박모씨)가 외삼촌(전씨)의 구금 직후 리비아 보안당국을 찾아가 남편을 구금한 이유를 묻자 당국자가 이같이 답변했다고 전해 왔다"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들은 이들의 구금에 대해 “지난달 리비아 주재 한국대사관 소속 외교관(정보 담당 직원)의 추방 사건과 무관한 별개 사건”이라고 말해 왔다. 그러나 구씨는 현지에서 8년 동안 선교사로 지내오다 이 외교관이 추방 명령을 받은 날 돌연 불법 선교 혐의로 구금됐다. 또 리비아 당국은 구씨·전씨에 대한 우리 정부의 영사 접근 요청을 계속 거부해 왔다. 이 때문에 “리비아 정부가 교민 수사를 통해 우리 정부에 불만을 간접 표출하며 압박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지난 6~13일 리비아를 방문한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은 “구금 교민들에 대한 조사를 빨리 끝내고 선처해 달라”고 리비아 당국에 부탁했으나 28일 현재까지 리비아 측은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리비아 당국은 현지에 진출한 현대·LG 등 우리 기업들에 대해서도 우리 외교관의 첩보활동과 관련해 조사를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 소식통은 “ 외교관이 아랍어를 몰라 정보원들과의 접촉 때 우리 기업 주재원들의 번역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리비아 당국이 이들을 조사한 것”이라고 전했다.
◆“리비아와 세 차례 협의해 이견 좁혀”=정부 관계자는 “리비아를 방문 중인 우리 정보 기관 대표단이 지금까지 리비아 당국과 세 차례에 걸쳐 협의를 했다”며 “양국 간 이견을 많이 좁힐 수 있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고위 당국자는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원수의 아들(우리 외교관이 첩보활동을 했다는 아들과 다른 인물)이 올해 한국에 사적인 여행을 왔을 정도로 카다피 원수 측과 한국 간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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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강찬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