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리비아의 한국 외교관 추방에 이어 미국과 EU의 이란 제재 강화 등 연이은 악재들로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텃밭인 중동 수주 악화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우선 아랍에미리트·사우디아라비아·알제리에 이어 네번째로 큰 해외시장인 리비아와의 관계가 급속히 냉각되면서다. 28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리비아에는 현대건설·대우건설 등 국내 건설사 20곳이 진출해 51건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시공잔액은 72억 달러 규모.
다만 현재까지 계약이 취소된 사업은 보고되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사업이 리비아의 국책기반시설 조성을 위한 프로젝트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오히려 우리나라 외교관 추방된 이후인 지난달 20일 현대건설 (32,050원 ▲350 +1.10%)은 리비아 전력청에서 발주한 1조4864억원 규모의 증기발전소 공사를 따내기도 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이 수주건은 외교와 경제 문제를 별개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고 논했다.
이와 함께 미국에 이어 유럽연합(EU)도 추가 이란 제재 조치에 나서면서 이란에 진출한 건설사들도 타격을 입고 있다. 그동안 정유 플랜트 공사를 따내며 깊은 관계를 맺었던 대형건설사들이 특히 고민이 크다. 이란제재법이 이란의 에너지 개발에 참여하거나 정제기술 등을 공급하는 외국기업들에 대한 미국 내 기업활동과 미국 금융기관과의 거래를 차단하는 조처까지 담고 있어서다. 이미 GS건설은 이란국영석유공사가 발주한 1조4000억원 규모의 플랜트 공사를 지난해 수주하고 이달 중 본계약을 체결할 계획이었지만 미국의 이란 제재법 발효와 함께 무산됐다. 현재 이곳에서 공사를 진행 중인 대림산업·두산중공업·유한기술 등 3개사는 시공잔액이 총8억6000달러여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이처럼 '텃밭'인 중동에서 문제가 잇따라 터지자 올해 해외건설 수주 목표인 600억 달러 돌파가 어렵지 않겠냐는 어두운 관측도 제기된다. 이슬람 문화로 동류의식을 가진 여타 중동 국가로 까지 파장이 미치지 않겠냐는 걱정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