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그룹 '중국 발판' 환골탈태 노린다

더벨 김은정 기자 2010.07.28 10:05
글자크기

[의류업종 리포트④] 신규 브랜드 성공이 관건

편집자주 국내 의류업체가 이중고에 빠졌다. 시장은 성숙기에 들어선지 오래고 해외 대형 브랜드는 보폭을 넓히고 있다. 쌈지·톰보이 등이 잇따라 주저앉으면서 토종 브랜드의 설 자리는 사라지고 있다. 신용평가사들은 의류업계 산업위험을 높게 보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의류업체를 중심으로 당면한 문제점과 과제를 짚어본다.

더벨|이 기사는 07월26일(09:24)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그룹 계열사는 자체 신용도에 비해 신용등급이 높게 부여되는 경우가 많다. 그룹의 사업적·재무적 지원 가능성이 버퍼(buffer·완충장치) 역할을 하는 덕분이다.



이랜드그룹 계열사는 반대다. 최근 몇 년간 그룹 리스크(위험요인)가 계열사 신용도를 제약해왔다. 그룹 내 의류사업을 담당하는 이랜드와 이랜드월드는 채권시장에서 자기 등급보다 1~2노치(notch) 낮게 평가됐으며 이랜드월드 같은 경우 투자부적격 등급 취급을 받기도 했다.

시중은행 섬유·의류업체 담당 기업금융 전담역(RM)은 "과거 이랜드와 이랜드월드를 바라보는 금융권 시각이 긍정적인 편은 아니었다"며 "인수·합병(M&A)을 포함해 그룹의 점포 양수·브랜드 인수 등이 줄기차게 이뤄진 데다 일정 기간에 집중돼 재무위험에 대한 우려가 컸다"고 말했다.



◇이랜드, 브랜드 노후화…뉴발란스에 기대

홈에버를 테스코그룹에 매각하면서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재무구조가 개선됐고 유동성 확보로 그룹 신인도가 나아졌다. 그룹 리스크에 묻혀있던 긍정적인 사업전망도 조명을 받기 시작했다.

이랜드(BBB0)는 올 들어 신용등급이 한 단계 올랐고 부정적이던 등급전망도 떼냈다. 신규 브랜드 도입과 수익성 개선 전망이 부각된 덕분이다.


하지만 산업전망을 고려했을 때 옛 영광을 되찾는 게 그리 녹록해 보이지는 않는다.

이랜드는 캐주얼 전문업체로 브렌따노·언더우드 등의 브랜드에 힘입어 탄탄한 수요층을 형성해왔다. 2002년에는 푸마로 대표되는 스포츠웨어 부문이 급성장했다. 푸마 매출이 전체의 40%에 이를 정도였다.

2007년 말 핵심 브랜드인 푸마의 라이센스 계약이 종료되면서 급격하게 외형이 줄고 수익성은 나빠졌다. 노후화된 다른 브랜드의 경쟁력이 떨어졌고 신규 출시 브랜드를 위해 투자비용을 투입하면서 어려움은 가중됐다.

img1.gifimg1.gif
푸마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지난해 12월 도입한 뉴발란스 브랜드가 이랜드 재도약의 카드를 쥐고 있는 상태다.

◇이랜드월드, 차입부담 '여전'…우발채무까지

이랜드월드는 지난해 유통부문을 인적 분할하면서 영업외형이 축소되고 의류산업 경기에 더욱 민감한 사업구조가 됐다. 30여개 브랜드를 갖고 있는 등 브랜드 포트폴리오가 양호하지만 독보적인 대형 브랜드가 없다는 게 문제다.

근래는 그룹 전체적으로 차입금이 다시 증가하는 추세다. 동아백화점 등 다수의 점포 매입과 이랜드레저비스의 우방랜드 인수자금 때문이다. 주요 계열사의 차입금은 지난해 말 1조1421억원에서 2010년 5월 말 1조6532억원까지 늘었다.

img2.gifimg2.gif
이랜드월드 역시 2008년 말 6900억원에서 지난해 말 3978억원까지 감소했던 총차입금이 올 1분기말에는 4814억원으로 다시 증가했다.

그룹 지주사라는 역할로 인해 관계사에 대한 차입금 지급보증 규모도 무시할 수 없다. 매각 후 재리스(sale&lease back)한 뉴코아 강남점과 이랜드 가산사옥의 재매입 청구권을 갖고 있어 우발채무가 우려된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대형 의류업체와 높은 인지도를 내세운 글로벌 브랜드도 위협 요인이다. 최근 1~2년간 글로벌 브랜드는 적극적으로 국내 진출을 시도했고 빠르게 시장을 장악해나갔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지난해 한국형 SPA(제조·유통 일체화) 브랜드인 SPAO(스파오)를 내놓고 해외 브랜드와 경쟁하고 있다"며 "다양한 브랜드와 여러 군데 분산된 복종으로 영업실적이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시장에서 우려하는 그룹 리스크가 해소된 데다 중국법인의 성장으로 재무안정성이 개선됐다는 것이다.

img3.gifimg3.gif
한편 박종렬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의류업계가 당면한 과제를 꼽으면서 "자체 브랜드 육성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고 있다"며 "국내 시장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해야 하는데 성장 추진력이 부재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현재로서는 마땅한 돌파구를 찾는 게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