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 총리는 "마지막까지", "후임이 정해질 때까지"라는 말을 반복하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총리실 간부들과 만나 "고위직에 오르면 임기가 없으므로 언제까지 이 자리에 있을지 모른다"며 "마지막 날, 마지막 순간까지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자"고 말했다. 또 지난 20일에는 사퇴시기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후임이 정해질 때까지"라고 답변했다.
그러나 최근 정 총리는 '마지막'을 준비하는 자세와는 어울리지 않는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우선 정 총리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기업 불공정행위 조사를 진두지휘하며 '서민경제 살리기'의 전면에 나섰다. 대기업과의 '불화' 가능성까지 감수해야 한다는 점에서 '마지막'과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다.
총리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정 총리의 행보를 반기는 표정이다. 한 총리실 관계자는 "인사권자는 말이 없는데 여야를 막론하고 흔들어대니 아무래도 분위기가 '다운'됐었다"면서도 "민간인 사찰 문제도 검찰로 공이 넘어갔고 총리께서 적극적으로 움직이시니 활력을 찾아가는 모습"이라고 최근 분위기를 전했다. 출입기자들에게 "총리가 교체되는 게 확실 하냐"고 묻던 이 달 초 모습과는 확연히 달라진 표정이다.
여권의 움직임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한 여권 핵심관계자는 "지금 총리를 교체하면 세종시를 책임진다는 신호를 줄 수 있겠지만, 사실 정 총리는 총대를 멘 것뿐이지 않나"라며 총리 교체론에서 한 발 물러섰다. 이 관계자는 "후임 총리 인선이 쉽지 않다"며 "정 총리만큼 '임팩트'가 큰 인물을 찾기가 힘들기 때문에 그럴 바에야 유임이 낫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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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정 총리의 '벼랑 끝 전술'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미지수다. 청와대 참모진에 이어 한나라당 지도부가 새로 선출되면서 분위기 일신 차원에서 총리 교체 여론이 우세한 게 사실이다. 또 정 총리가 들고 나온 '서민경제'와 '교육개혁'이 과연 '세종시 총리' 이미지를 탈피하는 데 효과를 발휘할 지도 예단할 수 없다. 정 총리의 승부수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7.28 재보선 이후 청와대의 선택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