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까지" 鄭총리의 '벼랑끝 전술' 통할까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2010.07.22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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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까지" 鄭총리의 '벼랑끝 전술' 통할까


청와대가 국무총리 교체 여부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연일 "마지막"을 강조하는 정운찬 총리의 '벼랑 끝 전술'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유임 가능성이 부상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마지막'을 언급하며 공직사회에 비장한 각오를 불어넣어 침체된 분위기를 일신하고 정책 추진의 적극성을 유도한다는 분석이다.

최근 정 총리는 "마지막까지", "후임이 정해질 때까지"라는 말을 반복하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총리실 간부들과 만나 "고위직에 오르면 임기가 없으므로 언제까지 이 자리에 있을지 모른다"며 "마지막 날, 마지막 순간까지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자"고 말했다. 또 지난 20일에는 사퇴시기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후임이 정해질 때까지"라고 답변했다.



이 달 중순까지만 해도 정 총리의 거듭된 '마지막' 언급을 두고 사퇴 입장을 표현한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했다. 정 총리 스스로도 세종시 수정안 폐기 후 "책임지겠다"고 밝히고 수차례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 사임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지며 총리 교체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최근 정 총리는 '마지막'을 준비하는 자세와는 어울리지 않는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우선 정 총리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기업 불공정행위 조사를 진두지휘하며 '서민경제 살리기'의 전면에 나섰다. 대기업과의 '불화' 가능성까지 감수해야 한다는 점에서 '마지막'과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다.



임기 내내 애착을 가졌던 교육개혁 과제인 '3화(和) 정책' 전파에도 적극적이다. 거취 논란 이후 대외 활동을 삼갔던 정 총리는 지난주 대학신문기자들을 만난 데 이어 지난 21일에는 대한상의 제주포럼에 참가해 교육개혁 의지를 강조했다.

총리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정 총리의 행보를 반기는 표정이다. 한 총리실 관계자는 "인사권자는 말이 없는데 여야를 막론하고 흔들어대니 아무래도 분위기가 '다운'됐었다"면서도 "민간인 사찰 문제도 검찰로 공이 넘어갔고 총리께서 적극적으로 움직이시니 활력을 찾아가는 모습"이라고 최근 분위기를 전했다. 출입기자들에게 "총리가 교체되는 게 확실 하냐"고 묻던 이 달 초 모습과는 확연히 달라진 표정이다.

여권의 움직임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한 여권 핵심관계자는 "지금 총리를 교체하면 세종시를 책임진다는 신호를 줄 수 있겠지만, 사실 정 총리는 총대를 멘 것뿐이지 않나"라며 총리 교체론에서 한 발 물러섰다. 이 관계자는 "후임 총리 인선이 쉽지 않다"며 "정 총리만큼 '임팩트'가 큰 인물을 찾기가 힘들기 때문에 그럴 바에야 유임이 낫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정 총리의 '벼랑 끝 전술'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미지수다. 청와대 참모진에 이어 한나라당 지도부가 새로 선출되면서 분위기 일신 차원에서 총리 교체 여론이 우세한 게 사실이다. 또 정 총리가 들고 나온 '서민경제'와 '교육개혁'이 과연 '세종시 총리' 이미지를 탈피하는 데 효과를 발휘할 지도 예단할 수 없다. 정 총리의 승부수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7.28 재보선 이후 청와대의 선택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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