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놈들이 돌아왔다'…美 대형차 선호 경향 회복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2010.07.21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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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발유 가격 내려가자 연비보다 크기 중시

미국 소비자들의 대형차 선호 성향이 뚜렷이 회복되고 있다. 2008년 휘발유 가격이 오르면서 연비 좋은 소형차가 인기를 끄는가 했지만 유가가 떨어지자 큰 차를 좋아하는 미국 운전자들의 '본색'이 이내 드러난 것이다.

미국 경제방송 CNBC는 최근 신차· 중고차를 가리지 않고 픽업트럭,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심지어 미니밴도 큰 차가 인기라고 20일 보도했다.



▲토요타 RAV4▲토요타 RAV4


승용차와 SUV의 장점을 결합한 크로스오버SUV(CUV)의 판매는 올해 1~6월에 전년보다 24.2% 증가했다. 중형 SUV도 22.8% 늘면서 승용차 부문 신장세를 넘어섰다.

같은 기간 소형차는 14.2% 증가에 그쳤고 소형 SUV는 15% 위축됐다.



IHS글로벌의 조지 마글리아노 북미조사팀장은 "휘발유가 싸지니 소형차 수요가 급감했다"며 "심지어 하이브리드 차량도 인기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소비자들은 (연비나 친환경성보다는) 크기와 기능을 중시한다"고 말했다.

2008년 미국에선 휘발유가 사상 최고인 갤런 당 4달러로 치솟았고 운전자들은 소형차로 눈을 돌렸다. 정부의 중고차보상프로그램에서도 연비가 떨어지는 구형 SUV와 트럭은 고물차(clunkers) 취급을 받았다.

이 영향으로 지난해 2월 미국의 SUV 판매는 전달보다 33%가 줄었다. 당시 포드의 CUV '이스케이프'는 전월비 28.9%, 전년비 27.3% 판매가 줄었다.


하지만 지난 1년간 휘발유가격은 갤런 당 2.65~2.85달러에 머물렀고 이스케이프는 최고 인기차 지위를 회복했다. 에드문즈닷컴의 제시카 칼드웰 선임 애널리스트는 "휘발유 가격 위기를 넘기고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잊는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CUV의 원조는 토요타다. 토요타가 1995년 내놓은 RAV4는 넓은 짐칸과 전륜구동 등 SUV의 장점과 승용차의 연비·편의성을 결합, 시장을 개척했고 지금은 이 차종이 미국 자동차시장의 주류가 됐다. 요즘 인기 있는 CUV는 이스케이프와 RAV4, 혼다 CR-V 등이다.

미국과 유럽의 경제가 빠르게 회복되지 않는 만큼 유가가 당분간 가파르게 오르기는 어렵다. 따라서 미국 소비자들의 대형차 선호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런 경향은 미국 자동차업체들이 신차 개발보다는 현재 모델 생산에 안주하게 만들 수 있다.

마글리아노 팀장은 "워싱턴은 정신을 차려야 한다"며 "사람들이 소형차를 사도록 인센티브를 주든지 업계가 소형차를 만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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