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하려면 트윗도 잘해야? "SNS도 스펙"

머니투데이 김유경·김유림·김태은·정현수 기자 2010.07.21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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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20% 입사원서에 SNS 적어야 ...신한카드 SNS 경력 채용 검토

'입사전쟁에서 우위에 서려면 트위터도 잘해야 한다?'

카드사들이 최근 트위터 계정을 앞다퉈 오픈하는 등 관심이 높은 가운데 트위터를 잘하는 지원자에게 호감도가 더 높을 것같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20일 "금융권에 입사한다고 경제학과 금융상식에만 밝은 인재는 매력이 없을 것 같다"며 "새로운 트렌드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줄 아는 인재에게 호감을 느낄 것같다"고 말했다.

취업하려면 트윗도 잘해야? "SNS도 스펙"


 
지난 12일 트위터 계정을 오픈한 BC카드는 입사희망자들과 커뮤니케이션 채널로 트위터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입장이다. BC카드는 2008년부터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개설, 모집요강과 면접정보 등을 제공하고 회사에 대한 궁금증에 대해 답변해주고 있으며 회원들끼리 정보를 교환하는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한카드는 아예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잘 활용할 수 있는 경력사원 채용을 검토하고 있다. 신한카드는 5월 중순부터 쇼핑과 여행부문에 각각 트위터 계정을 오픈했지만 이벤트나 프로모션 공지 정도의 수준이어서 앞으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의 장이 되도록 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물론 대부분 금융권은 채용시 SNS를 활용하거나 SNS에 능통한 인재에게 가산점을 줄 계획이 없다. 아직 하반기 모집요강도 나오지 않은 상태인데다 회사 내에서도 SNS에 대한 관심이 크게 확산되지 않은 탓이다. 특히 은행과 보험업계에선 SNS에 대한 관심이 더 없는 편이다. 다만 보험업계는 30~40대 설계사를 중심으로 SNS에 밝을 것으로 보고 이들이 영업에 활용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SNS가 취업당락 가른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같은 SNS 활동이 취업의 중요한 스펙이 될 조짐이다. 싸이월드를 운영하는 SK커뮤니케이션즈의 경우 미니홈피로 취업에 대한 의지를 피력한 신입사원을 선발한 적이 있다. 신세계는 최근 신입사원 면접에서 트위터나 블로그를 활용해 마케팅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평소 SNS를 통한 의사소통을 많이 한 인재가 유리할 수밖에 없다.
 
한 정보기술(IT)기업 인사담당자는 "SNS 활용도가 입사의 절대적인 기준이 되지는 않지만 참고자료는 될 수 있다"며 "면접을 통해서 확인할 수 없는 지원자의 평소 생각 및 회사와 관련 직군에 대한 관심도 등을 파악할 수 있어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지난달 기업 인사담당자 53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입사지원서에 SNS주소를 적는 칸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21.5%에 달했다. 지원자의 SNS를 직접 확인해본다는 인사담당자도 응답자의 90.5%에 육박했다.

실제로 머니투데이가 20일 금융·제조·유통·IT업계를 대상으로 실태를 파악한 결과 기업 인사담당자들의 상당수가 입사지원자들의 성향과 사회성, 인맥 등을 파악하기 위해 싸이월드나 트위터, 페이스북 같은 SNS를 확인해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기업은 입사지원서에 SNS주소를 반드시 명기하도록 강제하기도 했다. 이 같은 경향은 보수적인 제조업보다 시장흐름에 민감한 IT와 유통업계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반면 소비자와 접촉보다 B2B 성격이 강한 제조업계는 여전히 SNS 활용능력을 인재채용이나 인사평가에 반영하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가전업계도 마찬가지다.
 
LG전자 (110,900원 ▲1,700 +1.56%) 한 관계자는 "매년 사원의 50~80%가량을 이공계 출신으로 선발하고 있다"며 "전공지식 등의 비중이 높아 SNS 활용 여부를 반영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전직원에게 스마트폰을 지급하는 등 얼리어답터적 경영을 펼치는 두산그룹 역시 아직까지 인재 선발에 SNS 활용도를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가산점 vs 감점 '양날의 칼'


하지만 SNS 내용에 따라 입사에 가산점을 받을 수 있지만 감점요인이 될 수도 있다. 인크루트 설문조사에서도 SNS 내용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지원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상을 받은 게 입사에 영향을 끼치느냐는 질문에 인사담당자의 절반 이상이 "그렇다"라고 답했다. 아무 생각 없이 작성한 글들이 입사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구직자 사이에서는 SNS 흔적지우기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대학졸업반 박모씨(27)는 취업채비를 위해 요즘 페이스북과 트위터에서 자신의 흔적을 지우느라 바쁘다. 2년여 동안 페이스북과 트위터 같은 SNS 활동을 하면서 남긴 흔적들 가운데 드러내고 싶지 않은 부분이 있어서다. 박씨는 "요즘은 기업들이 입사지원자들의 SNS를 살피면서 과거 생활과 생각을 살펴본다는 말을 듣고 혹시나 싶은 마음에 흔적을 지우고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계정 여러개를 만들어 '업무용'과 '개인용'을 구분해 사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2개 트위터 계정을 사용한다는 이모씨는 "1개 계정은 대외용이고 다른 하나는 순전히 개인적 생각을 여과없이 적는다"면서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은 여러개 계정을 개설할 수 있기 때문에 2개 이상 계정을 가진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이처럼 취업과정에서 SNS의 역할이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어두운 단면도 존재한다. 사생활침해 논란이 일기도 한다. 기업이 입사평가를 위해 구직자들의 사생활까지 침해할 권리가 있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발간하고 "기업이 SNS에 나타난 취업희망자의 성향조사를 실시하는 것은 개인으로 하여금 불안감이나 불쾌감을 유발하는 것"이라며 "SNS의 프라이버시 확보를 위한 대응책 마련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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