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와 부동산 주무 부처인 국토해양부는 금융규제 완화 불가피성을 강조하지만 금융위의 입장은 일단 불변이다. 지난달 17일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DTI는 건드리지 않는다고 결정 난 만큼 재고의 여지가 없다는 얘기다.
이런 완고한 자세 이면에는 가계부채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규제 완화로 가계대출을 늘리면 가계부채가 더욱 증가하는 악순환이 일어난다. 그렇잖아도 가계부채 증가세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는 터다. 최근 기준금리도 인상했고 앞으로 추가인상이 예상된다.
부동산 거래 침체의 원인 분석도 국토해양부와 큰 차이가 난다. DTI 규제 완화에 거세게 반발하는 보다 근본적이 이유다. 거래 침체는 유동성 문제가 아니라 부동산 시장 전망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 금융규제 완화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 주택가격 하락이 미분양 등 공급에 따른 문제지 금융회사 건전성 확보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금융규제와는 상관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DTI 규제를 풀자는 건 사실상 서울 강남 3구의 규제를 풀어달라는 것으로 일부 지역 집값을 올리려고 규제를 완화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이런 탓에 지난 '4.23 미분양 대책'에도 DTI 규제 완화는 손도 못 댄다고 버텼고 의지가 관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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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최근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일단 국토부 등 관계부처뿐 아니라 정치권의 압력이 상당하다. 지방선거에서 참패를 당한 여당의 규제 완화 요구가 거세다는 얘기다. 청와대와 정부가 정치권의 요구를 마냥 묵살하긴 쉽지 않다.
지난 주말을 거치며 정부 내 분위기도 다소 달라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금융위 손을 들어줬던 청와대의 입장 변화 가능성이다. 정부 관계자는 "반대만 할 게 아니라 혹 다른 방법이 있는지 찾아 볼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금융위 관계자도 "전반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앞서 나왔던 진 위원장의 '과감한 완화는 어렵다'는 발언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DTI 규제의 골간을 흔들진 않겠지만, 예외적 완화를 통해 일부 막힌 일부 막힌 자금줄을 뚫어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의미다.
예컨대 기존 집이 안 팔려 새로 분양받은 집의 잔금을 못내 이사를 못가는 경우 기존 주택에 한해 DTI를 완화해줄 수 있다. 대상이 약 3만5000호 가량 될 것으로 당국은 추정했다. 이러면 연소득 7000만 원인 사람이 6억 원짜리 아파트를 살 때 금리를 6% 정도로 하면 현 규제에선 2억18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지만 예외가 인정되면 3억 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벙커회의에서 논의됐던 DTI 규제 원칙은 유지하되 관계부처가 여러 대안을 놓고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거래가 비정상적으로 안 되는 것과 관련해 뭔가 해야 되는 것 아니냐 는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