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덕에 별볼일 없는 美시골 전기차 배터리 메카로

머니투데이 홀랜드(미시간주)=강호병뉴욕특파원 2010.07.16 10:17
글자크기

[LG화학 美 전기차배터리 공장기공] 오바마 깜짝참석에 포드 허둥지둥

인구 3만5000명의 별 볼일 없는 미국 시골마을이 한국기업에 의해 북미 전기차 배터리 생산 메카로 탈바꿈한다. 역사적 변화를 일으킨 주인공은 LG화학 (360,000원 ▲7,000 +1.98%)이다. 15일(현지시간) LG화학은 미시간호 동쪽편에 위치한 소도시 홀랜드에서 첫삽을 떴다.

2013년경 연 6만개 순수 전기차용 배터리를 생산하게 되는 3억달러짜리, 50만제곱미터 공장이다. 거대한 프로젝트는 아니지만 GM, 포드 등 고객에 주문을 받아 놓고 시작하는 상업생산이라는 점에서 전기차 시대의 출발을 알리는 신호로 평가된다.



15일(현지시간) 기공식서 악수를 나누는 구본무회장과 오바마 미국대통령.15일(현지시간) 기공식서 악수를 나누는 구본무회장과 오바마 미국대통령.


이날 기공식에는 오바마 대통령이 전격 참석, 지역사회는 물론 행사를 주관한 LG화학측 관계자에게 즐거운 당혹감을 안겨줬다. 오바마 대통령의 참석은 행사일 6일전에 발표됐을 정도로 비밀에 부쳐졌다. 이날 오바마 대통령은 구본무 회장에게 한국말로 먼저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며 "공장건설을 축하합니다"라고 덕담을 건넸다.

이날 내빈으로 부인과 함께 초대받은 홀랜드시 거주 전직 소방관은 "대통령의 예기치 않은 방문에 모두 놀랐다"며 LG화학의 전기차용 배터리공장이 "홀랜드시에 일자리를 주고 지역경제를 활성화 시킬 촉매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 소방관은 "홀랜드시 실업률이 12%"라고 귀띔했다. 6월 현재 미국 전역 실업률이 9.5%이니 그보다 훨씬 높은 것이다. 그는 "미시간주 실업률도 11%에 이른다"고 말했다.

오바마대통령 참석에 포드 '화들짝', 촌극 만발

오바마 대통령의 참석 소식에 LG화학과 배터리 공급계약을 해놓고서도 발표를 차일피일 미루던 포드 자동차가 14일 부랴부랴 계약 사실을 털어놓는 촌극도 빚어졌다. 오마바 행정부의 친환경정책에 자기도 적극 동참하고 있음을 홍보하려는 속내를 여과없이 드러낸 것이다.


원래 이 공장은 GM 전기차 시보레 볼트에 들어가는 배터리 생산을 위한 것이었다. 포드는 발표문에서 LG화학에서 공급받기로 한 전기차용 배터리도 당연히 홀랜드 공장에서 생산될 것이라고 앞서 나갔다. 이날 행사장 포드 전기차 포커스도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 일정에 맞춰 서둘러 전시했다는 후문이다.

오바마 행정부와 미시간주는 전기차 육성 프로젝트를 통해 외국산 자동차에 빼앗긴 미국 자동차산업의 실지를 회복하고 일자리를 늘리려 하고 있다. 미국정부와 미시간주에게 전기차는 휴대폰의 스마트폰과 같은 존재다.

미국 연방정부는 지난해부터 전기자동차 개발 및 양산을 위해 총 9개 프로젝트에 24억달러를 투입했다. 이날 기공한 공장 건설비용 절반인 1억5000만달러도 연방정부가 댔다. 바로 그러한 친환경정책의 중심에 한국기업이 선 것이다.

이날 오바마 대통령은 축사에서 "홀랜드의 기공식은 배터리 공장 건설 이상의 의미가 있다"며 "미국이 잃어버린 제조업 일자리가 어떻게 되돌아 오는지, 친환경 정책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갔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될 것"이라고 공장건설의 의미를 높이 추켜세웠다.

이어 "2012년경 미국 소비자들은 '메이드 인 USA' 스탬프가 찍힌 배터리가 들어간 전기차를 미국인이 살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오늘 공장 착공이 있는 홀랜드는 미국이 어디로 가느냐를 나타내는 상징"이라고 말했다.

15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서 열린 LG화학 전기차용 배터리공장 기공식.15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서 열린 LG화학 전기차용 배터리공장 기공식.
미시간주 LG화학 유치 위해 백발로 뛰어

이날 축사로 나선 제니퍼 그랜홈(Jennifer Granholm) 미시간주 주지사는 아예 "이날은 미시간주가 북미 전기차 배터리 생산의 캐피털(수도)이 되는 순간"이라고 선언했다. 이어 "향후 10년에 걸쳐 전기차 배터리 산업으로 인해 6만2000개의 일자리가 만들어 질것"이라며 "미시간을 녹슨벨트(Rust belt)에서 그린벨트(Green belt)로 바꿀 것"이라고 호언했다.

15일(현지시간) 기공식서 LG화학이 공개한 GM 시보레 볼트용 배터리 팩(왼쪽)과 순수 전기차용 배터리 팩(오른쪽).15일(현지시간) 기공식서 LG화학이 공개한 GM 시보레 볼트용 배터리 팩(왼쪽)과 순수 전기차용 배터리 팩(오른쪽).
미시간주 정부는 전기차 배터리의 선두주자인 L화학을 끌어들이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 LG화학이 홀랜드로 들어오도록 주지사가 직접 나서 GM회장에게 협조까지 구했다는 후문이다. 김반석 부회장 말마따나 "배터리가 빠지면 전기차로 디트로이트 회생을 꿈꾸는 미시간주 계획이 맹물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주정부는 이 지역을 산업회생구역인 '르네상스 존'으로 지정, 각종 혜택을 줬다. 행정구역 문제 등으로 공장부지 매입절차도 복잡했으나 이 덕분에 간단하게 처리됐다.

세제혜택도 파격적이다. 배터리공장이 이익을 내면 세금을 안내고 적자가 나면 재정으로 보전해주기로 돼 있다. 그 금액이 총 1억3000만달러다. 공짜로 공장 짓는 것이나 다름없다. 물론 그만큼 LG화학의 지역사회에 대한 책임감도 커졌다.

이날 커트 다익스트라(Kurt Dykstra) 홀랜드 시장은 LG화학이 "공장 입지로 홀랜드를 선택한 것에 감사"를 표시하며 "실망시키지 않겠다"는 말로 전폭적인 지원의사를 다시한번 확인했다.

김반석 부회장은 답사를 통해 "지역사회 일원이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지역사회에 일자리를 만들며 향후 세계최고의 기술기업으로 성장해가겠다"고 화답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