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허례허식에 그친 공공기관 경영평가

머니투데이 김광수 강원대 경영대 교수 2010.07.15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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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허례허식에 그친 공공기관 경영평가


한동안 유행한 부익부빈익빈이란 말이 최근 실시된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두고 하는 말처럼 들리는 것은 결코 우연히 아닌 것 같다.

실제로 이번에 96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실시된 기관장 및 기관의 경영평가를 보면 기관장 평가에서 낮은 평점을 받고 해임건의 조치되거나 경고 조치된 기관들은 대부분 조직이나 인력 면에서 그 존재가 미미한 편에 속한다. 반면 초대형 공기업들이나 정치적 배경이 튼튼한 거물급 기관장들은 그동안 방만·부실경영으로 사회적으로 많은 비판을 받아왔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평점을 받았다.

무려 109조원의 빚으로 한국 제일의 부채공기업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23조원의 부채를 떠안고 있는 한국전력(KEPCO)이 기관평가에서 각각 A등급(우수)과 S등급(탁월)을 받았다.



해마다 파업으로 사회적 불안을 야기해온 한국철도공사(KORAIL)의 경우에도 배경 좋은 낙하산 기관장은 우수판정을 받고 기관평가에서도 C등급(보통)을 받았다. 실로 경영평가를 한 것인지, 정치평가를 한 것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더욱 걱정되는 것은 이러한 부실평가로 인한 부작용 또한 매우 크다는 점이다.

이렇게 경영평가가 알맹이 없이 그야말로 허례허식에 그치고 있지만 그래도 평가결과가 기관장의 인사문제와 임직원의 성과급과 직결되기 때문에 평가대상 기관들은 1년에 몇 달씩 본연의 임무보다 평가준비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이번 평가에서도 밝혀졌듯이 평가대상 기관들은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상당기간 많은 인력을 동원해 합숙까지 해가면서 평가보고서 작성 그리고 더 나아가서 인맥동원, 용역발주, 자문 및 특강 요청 등의 방식으로 평가자에 대한 로비활동까지 벌이는 그야말로 인력과 예산 낭비를 일삼는데 치중해왔다고 한다.

이런 일들은 결코 있어서는 안될 일임에도 불구하고 당연시되는 것 같다. 때문에 인력이나 예산 규모가 작은 기관일수록 평가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실질적인 경영평가와 거리가 먼, 사전에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이른바 부익부빈익빈의 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번 평가에서 가장 많은 논란을 야기한 문제는 역시 동일기관을 대상으로 한 기관장평가와 기관평가에서 그 결과가 상이하게 나왔다는 점이다. 평가지표가 상이해 생긴 일이라고는 하지만 기관경영의 책임자인 기관장과 기관이 마치 소속이 다른 것처럼 평가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하기 어렵다.


만약 기관의 평가결과는 나쁜데 기관장의 평가결과가 높다면 이는 필경 평가가 기관장을 위한 면책수단으로 이루어졌다는 생각밖에는 할 수 없다. 그 반대의 경우 물론 평가 기관장의 퇴출수단으로 이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상관성 있는 평가지표 개발이야말로 실질적이고 합리적인 평가를 위해 선행되어야 할 과제다. 그동안 공공기관은 그 규모와 인력 면에서 급성장하여 많은 환경변화가 있었지만 올해로 26년째를 맞은 경영평가는 그 평가수단인 지표에서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 것 같다.

실제로 비대해진 공공조직에서 요구되는 경영효율성이나 재무건전성과 관련된 지표는 아직까지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 왜냐하면 흔히 이런 지표는 공익성 관점에서 그 필요성이 외면되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공조직의 예산이 국민의 혈세로 충당된다는 점을 생각할 때 효율적 경영과 건전 재정운용이야말로 공익성을 높이는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이번 공공기관 경영평가는 그야말로 허례허식과 짜맞추기에 급급했던 평가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차제에 지금까지 드러난 경영평가의 문제점들을 해결하는 관점에서 내년도 경영평가는 권위 있는 국제적 경영평가기관에 의뢰해 실시하는 방안도 함께 고려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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